▷지난달 26일 팀 감독 등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철인3종 경기 고 최숙현 선수가 6차례나 관련 기관에 진정을 넣었지만 모두 건성으로 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월 소속 팀을 운영하는 경주시청을 시작으로 검찰 등 수사기관과 대한철인3종협회 등 관련 체육기관에 호소했지만 진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 준 곳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최 선수는 생을 마감하기 전날인 지난달 25일에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넣었다. 20대 초반의 꽃다운 선수가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친 것을 생각하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딸을 대신해 경주시청에 진정을 넣은 최 선수 아버지는 “팀이 전지훈련을 갔는데 다 불러들일 수 있느냐. 고소하려면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이런 것은 벌금 몇십만 원짜리밖에 안 된다”는 말을 들었고,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는 코로나19로 관련자들을 부르기 어려우니 피해 내용은 경찰 수사로 대신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클린스포츠센터로 ‘퉁’쳤다. 그러는 사이에 넉 달이라는 시간이 하염없이 흘렀고, 최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 선수가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남긴 말은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였다. 엄마가 무슨 힘이 있으랴마는 국가기관에 외면 받은 20대 청년이 마지막으로 호소할 곳이 가족 외에 달리 있었을까. ‘그 사람들’에는 감독 등 가해자들뿐만 아니라 절박한 호소를 귀담아듣지 않은 기관들의 무책임과 방관까지 포함되는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프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