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비상]슬그머니 사라지는 ‘거리두기’
“코로나보다 축구” 바짝 붙어 중계 관람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스포츠펍에서 3일 오전 4시 30분경 80여 명이 해외축구 중계를 시청했다. 발열체크 등은 했으나 상당수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업소는 물론이고 고객들도 거리 두기를 권하지는 않았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3일 오전 4시경 서울 마포구의 한 스포츠 펍(pub)에서 사장의 말에 어깨동무를 한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약 60m² 공간에 모인 80여 명은 대형 스크린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경기 중계를 보며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불렀다.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 갈수록 허술해지는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관중’ 스포츠 경기가 계속되면서 최근 대형 스크린을 통해 단체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스포츠 펍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동아일보가 3일 새벽부터 4일 밤까지 서울 마포구와 송파구 일대 스포츠 펍 5곳을 둘러본 결과 방역수칙은 현장에서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해외에서 입국해 2주간 자가 격리 중인 상황에서 다시 외국을 다녀오는 황당한 사례도 발생했다. 5일 서울 강남구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미국에서 입국한 정모 씨(23·여)가 자가 격리 기간인 1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27일 재입국했다. 정 씨가 출국 전 휴대전화를 정지하면서 안전보호 애플리케이션(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출입국사무소에도 자가 격리 사실이 통보되지 않아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다. 강남구는 뒤늦게 4일 정 씨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달 4일까지 감염병예방법 위반자 1071명 중 492명이 기소됐다. 반복해서 자가 격리 조치를 위반해 구속된 사람도 7명이나 된다. 5월 26일부터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수사를 받은 경우도 110건에 이른다.
○ 커지는 ‘2차 유행’ 위험 신호
방역수칙 준수가 느슨해지면서 지역 감염 환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감염이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이태원 클럽 및 쿠팡 물류센터발 수도권 집단 감염이 잦아드는 듯하더니 곧이어 지방의 지역 감염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최근 2주간 수도권 이외 지역 환자 일평균 발생은 그 직전 2주간 3.4명에서 11.7명으로 크게 늘었다. 확진자 50명을 오르내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대중교통 이용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보건당국은 ‘작은 집단 감염이 다수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전파 속도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번 대구경북에서의 유행 때보다 최근 코로나19 전파 속도가 더 빠르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높일 수준은 아니지만 1단계 내의 위기 수준은 계속 엄중한 상황”이라며 경각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강동웅 leper@donga.com·조응형·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