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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부모에 매달 100만원 받고도 가혹행위 한 팀닥터

입력 | 2020-07-06 10:51:00

"미국 의사면허 있다" 거짓말…운동처방사 2급 자격증만
몸관리 명목으로 최 선수에게서 총 1500만원 받아 챙겨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에 불참…행방 여전히 오리무중
'극한 상황 몰고 가 스스로 죽게 만들 수 있다' 동료 증언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인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가혹행위를 한 팀닥터(40대 후반)가 경주시청 실업팀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팀닥터는 의사나 물리치료사 면허가 없는 운동처방사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6일 경주시체육회에 따르면 체육회는 팀닥터에 대한 법률 검토를 거친 뒤 조만간(오는 8일이나 9일) 수사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다.

◇팀닥터 “미국 의사 면허 있다?” 거짓말에 매달 돈 받기도

최 선수 가혹행위 중심에 있는 팀닥터는 의사나 물리치료사도 아닌 운동처방사 2급 자격증만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일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는 의사가 아닐 뿐 아니라 의료와 관련된 다른 면허나 자격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팀닥터는 운동 경기에서 선수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을 지칭한다. 하지만 경주시청 팀닥터는 의사 면허는 물론 물리치료사 등 다른 자격도 없다.

의협은 “의사가 아닌 사람을 팀닥터로 호칭하는 체육계의 관행이 근본적인 잘못이다”며 “이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도 잘못이다”고 강조했다.
경주시체육회도 팀닥터가 의사가 아닌 것을 확인했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팀닥터는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이 없고 선수가 전지훈련 등을 할 때 개별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며 일시 고용한 사람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선수의 가혹행위를 주도한 팀닥터는 “자신이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의사”라고 선수단 등에 거짓말을 했다.

또 팀닥터는 선수단 부모들로 부터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선수의 아버지는 “(팀닥터) 본인도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의사라) 하고 주위 분들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그래서 자신과 동료선수 부모 모두) 그렇게 알고 있었다”며 “선수 몸 관리 비용으로 한 달에 100만원씩 팀닥터 앞으로 입금했다”고 말했다.

최 선수와 유족 명의 통장에서 팀닥터에게 이체한 금액은 1500여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팀닥터는 선수 부모로부터 월급 명목으로 돈을 받으면서도 가혹행위를 한 셈이다.

특히 팀닥터는 경주시청 A감독과 고향 선후배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경산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팀닥터는 지난 2일 경주시체육회에 ‘지병으로 인해 출석이 어렵다’는 연락만 취한 뒤 인사위원회에 참석하지 않는 등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다.

◇최 선수, 뉴질랜드 전지훈련 후 ‘매우 힘들었다’

최 선수가 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녹취록에는 팀닥터의 폭행 및 폭언 등의 가혹행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팀 닥터는 최 선수에게 “이빨 깨물어 이리와 뒤로 돌아”, “나한테 두 번 맞았지? 너는 매일 맞아야 돼”, “선생님들 마음을 이해 못 해. 욕먹어 그냥 안했으면 욕먹어” 등의 말을 하며 20분 넘게 폭행했다.

최 선수는 자신을 때리는 팀 닥터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 과정에서 팀 닥터는 최 선수에게 “감독님하고 나는 기본적으로 널 좋아한다. 이건 체중의 문제가 아니다. 너가 선생님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게 문제다”라며 폭행을 이어 갔다.

팀닥터는 최 선수에게 “나가. 내일부터 니 뭐 꿍한 표정보였다하면 니는 가만 안둔다. 알았어? 니는 일요일까지 먹을 자격이 없다”고도 폭언했다.

팀닥터는 최 선수 및 다른 선수들을 폭행하는 과정에서 감독과 함께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술을 마시면서도 최 선수의 뺨을 20회 이상 때리고 가슴과 배를 발로 차고 머리를 벽에 부딪치게 밀쳤다.

특히 최 선수는 뉴질랜드 원정 훈련을 다녀올 때마다 정신적으로나 심적으로 더욱 힘들어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최 선수는 원정 훈련 후 수개월 간 운동을 쉰 적도 있었다.

최 선수 아버지는 “숙현이가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다녀 올 때마다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특히 팀닥터는 “스스로 숨지게 만들 수 있다”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선수의 아버지는 “팀닥터가 우리 숙현이 심리치료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다른 남자 동료들한테 팀닥터가 ‘쟤는 내가 심리치료를 해서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 애가 스스로 죽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을) 들은 동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부산의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최 선수는 올해 경주시청을 떠나 부산시체육회에 입단했다.

[대구=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