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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경장벽에 설움 겪던 멕시코의 반격 “코로나 위험 미국인 관광객 오지마라”

입력 | 2020-07-07 03:00:00

국경 닿은 애리조나 급속확산에 멕시코 주민들이 차로 길막아
트럼프, 美 300만명 감염 코앞인데 11일 뉴햄프셔 유세 취소 안해




국경 장벽을 건설하며 중남미에서 오는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려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반대 상황을 맞았다. 미 애리조나주 루크빌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 북부 소노라주 소뇨이타 주민들이 4일 ‘미국발 코로나 감염을 막겠다’며 도로 봉쇄에 나섰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소뇨이타 주민들은 미 독립기념일인 이날 애리조나에서 멕시코 휴양도시 푸에르토 페나스코로 이어지는 가장 빠른 길을 막았다. 연휴를 맞은 미 관광객들이 이 길을 지나가면서 코로나19를 전염시킬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호세 라모스 아르자테 소뇨이타 시장은 성명을 통해 “미 여행객이 멕시코를 방문하지 않기를 권한다.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과 멕시코는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국경 간 이동을 ‘필수 활동’에 한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갈 때만 적용됐을 뿐 미국에서 멕시코로 올 때는 제약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애리조나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주민들은 애리조나에서 오는 방문객에 대한 철저한 검진 등을 촉구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1주일간 애리조나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평균 3492명으로 미 50개주 중 가장 많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6일 오후 4시(한국 시간)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298만 명을 넘어 300만 명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1월 21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약 다섯 달 반 만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동북부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야당 민주당의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처진 지지율을 뒤집으려는 시도지만 보건 전문가들은 “야외 유세가 감염 급증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가 지난달 20일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재선 집회를 개최했을 때 약 2만 명의 참석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 큰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뉴햄프셔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던 터라 이번에는 설욕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