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취업 준비생들 2중, 3중고

○ 국내 취준생, ‘U턴 유학생’에 이중고
6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취업 준비생들은 이중, 삼중고에 부딪히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를 폐지해 취업문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마저도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올해 외국인 취업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가뜩이나 힘들어진 한국 취업시장이 더욱 치열해졌다. 현지 취업길이 막혀 국내로 ‘U턴’하는 유학생들까지 취준생 대열에 합류하고 있기 때문이다.발급 중단된 비자는 고숙련 전문직 취업비자로 유학생들이 졸업 후 가장 많이 신청하는 H-1B 등이 포함됐다. 한국인 H-1B 신청자는 2018년 기준 4465명이다. 당장 올해 미국 대학을 졸업하는 유학생부터 한국행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미국 실업자 수가 40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외국인 취업 제한이 이뤄진 것으로 이는 한국의 취업난이라는 풍선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 급증하던 해외 취업자 수는 감소세
유학생들은 유럽으로 눈을 돌릴 수도 없다. 유럽은 비자 문제는 없지만 ‘셧다운’이 길어지면서 자국인 취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석사과정 중인 김모 씨(32·여)는 수료 필수 조건인 현장 인턴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수개월째 집안에 머무르고 있다. 건국대 경영학과를 나온 유모 씨(27)는 졸업 이후 영국 런던의 한 백화점 입사시험에 합격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업황이 악화되자 채용 취소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입사 준비를 하며 영국에 머무르던 유 씨는 “한국으로 돌아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15∼2019년 해외취업자 수는 2903명에서 6816명으로 5년 연속 증가해 오다 올해는 5월까지 2229명에 그쳤다. 5개월간의 취업자 수임을 감안해도 지난해의 33%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 일본, 중국 취업자 수 감소가 두드러진다.
하반기(7∼12월)에도 채용 시장의 한파는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5월 신규 취업자 수는 2009년 금융위기 이래 처음으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국내 기업에 지원하는 해외 유학생은 지속적으로 늘던 추세였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 취업문이 닫히면서 증가폭이 더 크다. 한국의 취준생 사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홍석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