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심심치 않게 전쟁에 비유된다. 공 하나를 두고 특별한 장비도 갖추지 않은 11명과 11명이 격렬하게 맞붙는 원초적인 스포츠가 바로 축구다. 기본적으로 몸과 몸이 부딪히지 않고서는 진행이 어렵기에 더 뜨겁다. 이 과정에서 양 팀 선수들이 감정적인 충돌을 벌이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하지만 같은 팀 선수들끼리, 적어도 경기 중에 마찰을 빚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경우다. 그러나 전혀 없진 않다.
팀 상황이 좋지 않을 때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그런 상황을 딛고 꼭 승리하고 싶을 때 왕왕 ‘내부의 충돌’이 펼쳐지는데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의 경기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 손흥민이 그 중심에 있어 더 낯선 장면이었다.
왼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후반 32분 베르바인과 교체될 때까지 약 77분간 필드를 누비며 공수에 걸쳐 기여했다. 에버튼전은 개인통산 155번째 EPL 경기였는데, 이로써 선배 박지성(154경기 출전)의 기록을 넘어섰다. 손흥민은 스완지와 뉴캐슬에서 총 187경기를 뛴 기성용에 이어 한국인 EPL 최다출전 2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또 다른 포인트로도 이날 조명을 받았다.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선수단이 라커룸으로 향할 때 토트넘 선수들 사이 충돌이 발생했는데, 요리스 골키퍼와 손흥민이 그 중심에 있었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요리스는 팀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전 막바지 손흥민이 상대 선수를 추격하지 않은 것에 격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린 뒤 곧장 (손흥민에게) 달려갔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문제의 발단은 전반전 추가시간이었다. 토트넘이 역습을 도모하던 과정에서 공이 끊겼고 곧바로 에버튼이 반대로 역습을 시도해 히샬리숑의 슈팅까지 이어졌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가장 위험한 장면 중 하나였다.
실제 요리스 골키퍼는 분노했던 이유를 묻는 현지언론들의 경기 후 질문에 “하프타임 종료 몇 초 전에 발생한 찬스 때문”이라며 그때 상황을 인정했다.
그러나 요리스는 “이것은 라커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그저 축구의 일부분이다. 손흥민과 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의 말처럼 두 선수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손을 맞잡으며 다시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관련해 모리뉴 감독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게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보였다”면서 “만약 누군가를 비판하려 한다면, 나를 비판하라”고 두 선수를 감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