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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시뮬레이터’ 수련… 백내장 수술 정확도 높인다

입력 | 2020-07-08 03:00:00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현장] 김안과병원 백내장 VR 수련실
투명한 수정체 혼탁해지는 백내장… 시력 떨어지는 대표적 노인성 질환
유일한 완치법은 인공수정체 삽입
가상현실서 미세 움직임-절개 연습
환자 눈 처음 접하는 두려움 줄이고 수술 감각 익혀 안전도-정확도 높여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김안과병원. 이 병원의 백내장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가 있는 수
련실을 찾았다. 백내장 수술을 직접 배우기 위해서였다. 백내장은 눈 속의 투명한 수정체에 혼탁이 생겨 시력이 저하되는 노인성 질환으로 근시가 심한 젊은층에게도 생긴다. 시력 저하가 주된 증상이다. 빛 번짐, 눈부심, 사물의 색감이 달라 보이는 등의 증상을 느낄 수도 있다. 백내장 술은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그 자리에 넣어주는 것이다.

백내장 VR 시뮬레이터는 안과 전공의들의 안전한 수술 연습을 위해 도입됐다. 국내 대학병원으로는 두 번째로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이 도입했다. 과거엔 돼지 눈을 도축시장에서 구해 백내장 수술 실습을 했기 때문에 제대로 배우기가 쉽지 않았다.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정종진 안과 교수(수련부 차장)는 “백내장 VR 시뮬레이터는 입문자용 단계부터 숙련자용 단계까지 다양한 수술 방법을 익힐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환자의 눈을 처음 접할 때 두려움을 줄일 수 있고 수술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백내장 수술, 입체 감각이 중요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오른쪽)가 김안과병원 정종진 안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백내장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 기기로 백내장 수술을 간접체험하고 있다. 김안과병원 제공

백내장 수술 입문자용 단계는 총 3가지. 기초조종훈련, 안구 내 손 떨림 방지를 위한 훈련, 수정체낭절개술이다. 우선 사람의 얼굴 모형 앞에 앉아서 현미경으로 안구 내부를 확대했다. 한쪽 손으로는 뾰족하고 긴 수술도구를 눈에 찔러 넣고 현미경을 보면서 수술도구를 움직이며 백내장이 생긴 수정체를 제거하기 위한 기초조종훈련을 했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니 20여 개의 빨간 구슬이 있었다. 구슬의 깊이를 각각 파악해 수술도구로 빨간색 구슬을 찔러 초록색 구슬로 변하게 하는 것이었다. 구슬의 높낮이를 잘 파악해야지만 앞으로 환자를 상대로 수술할 때 본인이 수술하고 있는 부위가 어딘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런 높낮이 훈련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수술 중 각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 훈련이 끝나자 바로 평가점수가 나왔다. 정 교수는 100점 만점에 89점, 기자는 51점을 받았다.

두 번째는 손 떨림 방지를 위한 훈련. 이는 기초조종훈련을 통해 깊이를 익힌 후 같은 깊이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훈련이다. 기구를 사용해 파란불로 깜빡이는 구슬을 터치한 뒤 초록색으로 변한 구슬을 색깔을 유지한 채 일직선으로 끌어당기는 훈련이다. 백내장 수술은 정적인 수술이 아닌 매우 동적인 수술로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만큼 미세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훈련이 꼭 필요하다.

마지막 훈련이 수정체낭절개술이다. 실제 백내장 수술 시 수정체의 가장 겉 표면 껍질(수정체낭)을 적절한 크기로 동그랗게 도려내는 것이다. 수정체낭을 너무 작게 절개하면 이후 단계인 수정체 제거가 어렵고 너무 크게 절개하면 인공수정체를 고정시키는 것이 불안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정체낭을 적절한 크기로 절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수정체낭 절개 시 수정체를 세게 누르면 수정체가 눈 안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실제 안과 의사들도 수정체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수정체낭절개술에서 기자는 0점을 받았다.


○ 백내장 수술 언제 하는 게 좋을까?

안구 내 손 떨림 방지 훈련으로 초록색 구술을 같은 깊이에서 유지하면서 일직선으로 끌어 땅기는 모습

현재까지 백내장의 유일한 치료법은 혼탁한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것이다. 백내장은 조기에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바로 수술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에 수술을 받는다. 반대로 백내장이 많이 진행됐다면 수술 난도가 높아 수술 후 회복 기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시력 회복도 어려울 수 있다.

정 교수는 “멀리서 버스가 오는데 번호판이 잘 보이지 않거나 다가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할 때 등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는 경우 대개 수술을 권한다”면서 “하지만 백내장 외에 망막 이상이나 시신경 이상, 녹내장이 있으면 수술 후에도 노안 개선 효과는 크지 않기 때문에 수술 전에 세밀한 검사를 받고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쪽 눈을 수술하는 데 10∼30분 정도 걸린다. 절개 부위가 미세해 봉합이 필요 없어 수술 당일 퇴원할 수 있다. 백내장 초기에 수술을 받은 환자는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백내장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다면 시력을 회복하는 데 1주일 정도 걸린다. 양쪽 눈 모두 백내장 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에는 병원과 의사에 따라 다르지만 수술 직후 발생할 수 있는 감염 우려 때문에 한 번에 한쪽 눈만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정 교수는 “백내장은 노화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뚜렷한 예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야외 활동 시 선글라스와 모자 등을 착용해 자외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