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성폭력 가해자에게 ‘대통령’ 직함 조화 보낼 수 있나” 진중권 “대통령이 위로할 사람은 성추행 당한 피해자” 하태경 “정의당, 안희정이 北 김정일 보다 못하다는 건가” 전우용 “인간이 각박해지는 게 진보는 아닐 것”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상 빈소에 조화를 보낸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안 전 지사가 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상황에서 적절했냐에 대한 의견이 갈린 것이다. 안 전 지사가 복역중인 만큼 조화 등은 자제했어야 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도의적인 차원에서 조의를 나타낼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먼저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6일 낸 논평에서 문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 인사들이 보낸 조화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판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정치인이라면 본인의 행동과 메시지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적인, 공당의 메시지라는 것을 분명 알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내대표,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걸고 조화를 보낸 이 행동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 전 지사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차기 대권주자인 유력 정치인으로부터 일어난 성폭력 사건으로 정치권력과 직장 내 위력이 바탕이 된 범죄인 것”이라며 “이에 정치권력을 가진 이는 모두가 책임을 통감했고, 민주당 역시 반성의 의지를 표한 바 있다. 그런데 오늘의 행태는 정말 책임을 통감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같은 패밀리라도, 대통령이라면 공과 사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며 “그냥 사적으로 조의를 전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어떻게 성추행범에게 ‘대통령’이라는 공식직함을 적힌 조화를 보낼 수 있는지”라며 대통령의 조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진 전 교수는 “조화를 보내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만, 굳이 보내야겠다면 적어도 ‘대통령’이라는 직함은 빼고 보냈어야 한다”며 “대통령은 제 식구가 아니라 국민을 챙겨야 한다. 대통령이 위로할 사람은 안희정이 아니라,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반면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정의당 참 못됐다”며 “철천지원수 간에도 상을 당하면 조의를 표하는데 안 전 지사 모친상에 조화 보냈다고 비난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김정일이 죽었을 당시 우리 정부 차원에서 조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반인륜 범죄자의 죽음에는 애도를 주장하고 안 전 지사 모친상에는 조화도 못 보내게 하는 건 도대체 무슨 기준인가. 안 전 지사가 반인륜 범죄자인 김정일보다 못하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하 의원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김정일이 죽었을 당시 우리 정부 차원에서 조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반인륜 범죄자의 죽음에는 애도를 주장하고 안 전 지사 모친상에는 조화도 못 보내게 하는 건 도대체 무슨 기준인가. 안 전 지사가 반인륜 범죄자인 김정일보다 못하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친문 성향의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역시 정의당의 논평을 비판했다.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여당 당직자들이 ‘직함을 쓴 화환’을 보냈다는 이유로 정의당이 공개 비난했다”며 “과거 미래통합당조차도, ‘뇌물 받고 자살한 사람 빈소에 대통령 직함을 쓴 화환을 보냈다’고 비난하진 않았다”고 썼다. 과거 문 대통령이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빈소에 조화를 보낸 사실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노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 교수는 그러면서 “죄가 미워도,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나?”라며 “인간이 각박해지는 게 진보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의당 논평 관련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정의당, 이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안 전 지사는 모친상을 당해 지난 5일 형집행정지로 일시 석방됐다. 안 전 지사의 형집행정지 기간은 9일 오후 5시까지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