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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부터 ‘부동산 정치’ 아닌 ‘부동산 정책’으로 접근해야

입력 | 2020-07-08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며 강력한 대책을 주문한 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정책의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정부 여당은 다주택자뿐 아니라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에게까지 종부세를 더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단기간 집을 샀다가 팔 때 양도세율을 80%까지 높이고 집 있는 사람이 추가로 집을 사면 파격적인 취득세를 물리는 법안도 준비되고 있다. 집을 사거나, 팔거나, 계속 거주하거나 어느 쪽을 선택해도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하는 방안들이다.

현재 1∼4%인 취득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고 양도세까지 더하면 한국의 부동산 거래세는 매우 과중한 편이다. 선진국보다 다소 낮은 보유세를 현실화하면서 취득세를 줄이는 게 옳은 방향이지만 집값을 잡겠다는 욕심에 무차별적 증세로 달려가고 있다. 양도세를 너무 높이면 시장에 매물이 줄어 집값이 더 오를 수 있지만 요즘 정부 여당은 이런 지적에 귀를 닫는 분위기다.

정작 근본적 해법인 공급 확대 방안은 제대로 거론조차 안 되고 있다. 서울의 강남지역은 재건축 활성화로, 강북은 대규모 재개발로 주택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고 대다수 전문가들이 조언하지만 정부 여당 내에서 재건축·재개발은 금기(禁忌)인 듯 먼저 입 떼는 사람이 없다.

징벌적 과세는 서민의 불만을 달래는 정치적 해법은 될 수 있어도 시장을 장기적으로 안정시키는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게 21차례 쏟아낸 대책들의 교훈이다. 현 정부에서 3년 만에 서울 아파트 값이 52% 오른 것과 달리 이명박 정부 5년 임기 중 아파트 값은 5% 떨어졌다. 뉴타운 개발, 강남·서초구 보금자리주택의 효과가 컸다. 집값은 이렇게 실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살 만한 집을 공급해야 안정된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당장 시작해도 4, 5년 뒤에야 효과가 나타난다. 현 정부 남은 임기 내에 결과를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무주택자, 청년층의 수요를 반영한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는다면 ‘부동산 정치’를 멈추고 진짜 부동산 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시장은 받아들일 것이다. 대통령이 제일 먼저 시장에 변화의 신호를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