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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코네[횡설수설/송평인]

입력 | 2020-07-08 03:00:00


왜 지금은 모차르트나 베토벤 같은 작곡가가 없는가 자문해본 사람은 위대한 영화음악가들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영화음악은 19세기의 교향곡, 20세기 전후의 교향시에 이어 20세기 중반 이후 가장 사랑받는 관현악 분야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1896년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영화음악의 전조였으니 실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에 사용됐다. 교향시가 콘서트홀을 위한 음악만을 고집할 때 구스타프 말러의 제자인 막스 슈타이너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년)의 음악을 맡으며 스크린을 위한 음악을 쓰기 시작했으니 그것이 관현악으로 작곡된 영화음악의 시작이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이탈리아 최고의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을 나온 뛰어난 작곡가였지만 먹고살기 쉽지 않아 1952년 한 라디오방송의 음악 어레인저로 일을 시작했다. 그가 어릴 적 학교 친구 세르조 레오네 감독을 만나 우연히 영화음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모두에게 행운이었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1966년)에서의 휘파람 테마,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1986년)에서의 ‘가브리엘의 오보에’,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1989년)에서의 ‘사랑의 테마’ 등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작품이 탄생했다.

▷모리코네는 스크린만이 아니라 콘서트홀을 위한 음악도 100곡가량 작곡했다. 9·11테러를 다룬 ‘침묵으로부터의 소리’는 2007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유엔총회장에서 초연됐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미사’란 곡은 예수회 재건 2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모리코네는 2016년에야 ‘헤이트풀8’란 영화로 뒤늦게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받았다. 비슷한 연배인 존 윌리엄스는 물론이고 아들뻘인 한스 치머마저 이미 이 상을 받았으나 아카데미는 이 이탈리아 작곡가에게 쉽게 상을 주지 않았다. 외국인들의 영화는 ‘외국인영화상’ 하나에 묶어두는 아카데미의 ‘미국 우선주의’는 올해 봉준호 감독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에 와서야 완벽히 깨졌다.

▷시네마 천국의 ‘사랑의 테마’나 미션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들으면서 가슴이 아련해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할리우드의 상업적 요구에 의해 2시간짜리로 잘못 편집돼 영화도 흥행도 엉망이 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년)는 4시간짜리 감독 컷으로 봐야 아리아와 찬송가 사이의 어디쯤에 있는 ‘데버라의 테마’가 얼마나 우아한지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사람은 갔지만 음악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