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위선 꼬집은 ‘아이러니’ 발표
“세월은 흘렀고 우리 낯은 두꺼워져 권력은 탐하는 자의 것이지만
너무 뻔뻔… 누굴 위한 진보였나”
가수 안치환은 7일 발표한 신곡 ‘아이러니’에서 기득권 세력이 된 진보진영을 향해 “꺼져라! 기회주의자여”라고 일침을 날렸다. 동아일보DB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내가 만일’로 유명한 가수 안치환(54)이 7일 진보 집권세력을 비판하는 가사를 담은 신곡 ‘아이러니’를 발표했다. 86세대의 정서를 담은 노래를 여럿 부른 대표적 민중가수인 그는 진보 진영을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안 씨가 작사, 작곡한 아이러니는 진보 권력 집단을 ‘기회주의자’ ‘싸구려 천지’로 묘사했다. ‘일 푼의 깜냥도 아닌 것이 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 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 진보의 힘 자신을 키웠다네’, ‘꺼져라! 기회주의자여’ 등 진보 진영에 대한 분노를 담았다. ‘끼리끼리 모여 환장해 춤추네’ ‘쩔어 사는 서글픈 관종’ 등 과격한 표현도 있다. 후렴구의 ‘아이러니 왜이러니 죽 쒀서 개줬니, 아이러니 다이러니 다를 게 없잖니’에는 정권이 교체됐지만 기대와 다르게 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한탄도 담고 있다.
안 씨는 신곡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글에서 자신의 3집 앨범에 수록된 ‘자유’ 가사의 출처가 된 김남주 시인의 시를 인용했다.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소리 높여 자유여! 해방이여! 통일이여! 외치면서 속으론 제 잇속만 차리네’라는 구절이다. 안 씨는 “(당시에) 그 노래를 부르고 나니 선배라는 자가 나를 따로 부르더니 ‘왜 우리를 욕하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느냐’고 훈계조로 말했다. 김남주 시인을 만나 그 이야기를 하니 ‘그 노래를 듣고 부끄러워해야 할 놈은 부끄러워야 한다’고 했다. 나는 부끄러워하며 맘껏 부르고 다녔다”고 했다. 아이러니를 듣고 ‘부끄러워할 놈’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안 씨는 “권력은 탐하는 자의 것이지만 너무 뻔뻔하다. 예나 지금이나 기회주의자들의 생명력은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시민의 힘, 진보의 힘은 누굴 위한 것인가? 아이러니다”라고 밝혔다. 또 “세월은 흘렀고 우리들의 낯은 두꺼워졌다. 그날의 순수는 나이 들고 늙었다. 어떤 순수는 무뎌지고 음흉해졌다. 밥벌이라는 숭고함의 더께에 눌려 수치심이 마비되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 씨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국민의 분노를 담은 노래 ‘권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발표했다. 2018년에는 제주 4·3사건 70주년을 기념해 당시 아픔을 주제로 한 ‘4월 동백’을 선보였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