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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부동산정책

입력 | 2020-07-08 03:00:00

부랴부랴… 들끓는 민심에 화들짝 놀란 여권, 수습 나서
중구난방… 설익은 증세안 백가쟁명식 쏟아내 시장 혼란
정책충돌… 집 팔게 유도한다면서 양도세 인상 발의도




노영민-김현미, 부동산 대책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충북 청주시에 아파트를 한 채씩 갖고 있는 노 실장은 다주택 청와대 참모들에게 1주택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각하라고 권고하면서 본인은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 내놓았다. 이 아파트는 5일 가계약이 체결됐다. 뉴시스

여당이 6·17부동산대책 이후 격앙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중구난방식 대책을 쏟아내면서 되레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책끼리 서로 충돌할 뿐 아니라 실수요자 보호 취지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7일 국회에 따르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택 거래 시 매매 차익의 최대 80%를 양도소득세로 부과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일 때 50%, 1년 이상 2년 미만일 때 40%를 부과하는 양도세를 최대 80%까지 끌어올려 ‘단타 매매’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당이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높여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게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에서 양도세까지 늘리면 주택 공급을 오히려 줄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관측이다. 세금 부담 때문에 집을 내놓지 못하는 ‘매물 잠김’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관련 세금은 보유세를 높이려면 양도세를 낮춰 거래를 터주는 등 시장 상황에 맞게 상호 보완적인 조절이 필요하다”며 “투기 심리를 잡겠다며 모든 세목을 올리는 건 시장 참여자들에게 조세저항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공급되는 민간택지 분양자에게도 5년간 실거주 요건을 추가하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1주택자도 해당된다.

외국 세제를 무리하게 발췌해 인용하려는 정황도 보인다. 이해찬 대표는 5일 싱가포르를 예로 들며 다주택자 취득세를 대폭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정부에 지시했다. 하지만 싱가포르가 양도세 완화로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 공급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건 언급하지 않았다.

지지율 하락으로 조급해진 여당이 백가쟁명식 처방을 남발하자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의 재촉 속에 부랴부랴 만들어낸 졸속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도 속도 조절에 나선 기류다. 기재부 등 관계부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녹실회의(관계장관회의)를 열었지만 추가 논의를 거쳐 부동산 관련 대책을 보완하기로 했다. 다만 부동산 대책 주무인 국토교통부는 세제 강화 등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기재부와는 결이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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