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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거꾸로 가는 ‘국정쇄신용 개각’

입력 | 2020-07-09 03:00:00

성폭행 의혹 내무장관에 여성혐오 발언 법무장관까지
여성단체들 사퇴요구 집회
르몽드 “미투에도 정부 역행” 비판




6일 개각을 단행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성폭행 의혹에 연루된 최측근 제랄드 다르마냉 예산장관(38)을 경찰을 감독하는 내무장관에 임명했다. 또 여성 혐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변호사 출신의 에리크 뒤퐁모레티(59)를 법무장관에 기용해 비판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지방선거 참패로 국정 쇄신 차원의 개각을 선택했지만 부적절한 인물 기용으로 더 큰 논란에 휩싸였다.

다르마냉 장관은 2009년 우파 정당 대중운동연합(UMP)의 법률 담당자로 일하던 중 한 여성에게 법적 지원에 대한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하고,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7년 이 사건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다르마냉은 해당 여성을 무고 혐의로 고소했지만 파리 항소법원은 지난달 검찰에 재수사를 명령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2014∼2017년 북부 투르쿠앵 시장 재직 시절에도 공공주택 지원을 대가로 한 여성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뒤퐁모레티 장관은 ‘미투 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지난해 그는 미투 운동을 촉발한 미국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을 언급하면서 “권력에 끌리는 여성이 있다”며 와인스틴을 두둔했다. 2018년 정부가 캣콜링(거리에서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부는 등의 성희롱)을 처벌하는 안을 마련하자 “일부 여성은 캣콜링을 그리워한다”고도 했다. 변호사 시절에는 아내를 살해한 한 농부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여성단체들은 7일 수도 파리에서 두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좌파 사회당 소속의 정치인 카롤린 드아스는 트위터에 “대통령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침을 뱉었다”며 마크롱을 성토했다. 언론도 비판 일색이다. 르몽드는 “미투 운동이 거셌음에도 정부가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유럽은 “이번 내각에서 17명의 여성, 14명의 남성 장관이 기용됐지만 경제, 내무, 법무 등 주요 부처의 장관은 모두 남성”이라며 무늬만 여성 우위 내각이라고 꼬집었다.

마크롱 정권은 두 인사의 기용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가브리엘 아탈 정부 대변인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유죄는 아니다”라며 다르마냉을 옹호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