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주민이 주인공이다] <中>성숙한 지방의회, 협력하는 지자체
각종 사건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지방의회를 두고 무용론까지 제기되자 정부가 ‘지방의회 개혁법’을 만들어 추진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통해 지방의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정책 역량과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마련했다. 동아일보DB
공무원노조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민대책위원회는 “북구의회 의원 20명 중 9명이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다”며 “북구의회는 부정·비리가 구조화된 공범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의회를 둘러싼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해 충돌, 권한 남용 같은 비윤리적 행태를 넘어 현행법을 위반해도 징계를 받지 않는 초법적, 제왕적 권력 행사가 이어지자 ‘지방의회 무용론(無用論)’까지 제기되고 있다.
○ 윤리심사위 만들어 ‘셀프 징계’ 막는다
구의원 A 씨처럼 기초의원이 위법행위를 저지르면 그동안 징계 의결기구인 윤리특위 설치 여부를 의회 재량에 맡겼지만 앞으로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 동료 의원들의 ‘셀프 심사’를 막기 위해 외부인으로 구성되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두기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윤리심사자문위 구성 방식은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시의회에서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인사로 추천하게 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리심사자문위가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으려면 위원 추천을 시의회가 아닌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에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이삭 서대문구 구의원은 “시의회가 윤리심사자문위원을 추천하게 하면 친분이 있거나 의원들 편에 설 인물을 추천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명무실한 기구가 되는 걸 막으려면 국민권익위원회나 경찰 같은 외부기관이 위원 구성을 맡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해 충돌 방지를 위한 대책도 세운다. 당초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지방의원은 생계유지를 위해 겸직을 허용했다. 법이 개정되면 의무적으로 신고하고 공개할 예정이다. 지방의원도 의정활동비를 받고 각 지자체 사업 계약이나 인허가 관여 권한이 있는 만큼 비위를 미리 막자는 취지다. 여명 서울시의원은 “지방의원의 겸직 여부는 당연히 공개했어야 하는 사안이었다”며 “더 나아가 겸직 금지 조항을 아예 두는 게 맞지만 이를 실행하려면 의원 연봉을 직책에 맞게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외부 전문 인력 채용, 지방정부 견제·감시 기능 강화
정부는 지방의원의 전문성과 정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책지원 전문 인력을 외부에서 뽑기로 했다. 현행법상 각 지방의회는 상임위원회마다 1명의 정책 전문위원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공무원이라 지방정부에 대한 감시·견제는 사실상 어려웠다.행안부는 지방자치법 제42조를 신설해 기초의원의 의정활동을 돕는 전문위원을 ‘시간 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다만 의원의 ‘개인 비서화(化)’를 막기 위해 위원회 소속으로 하고 선거 등 정무활동은 금지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4, 5년 임기제 공무원으로 선발하되 채용 절차도 외부에 위탁해서 정실 채용, 친인척 채용 비리를 막을 것”이라고 했다. 주이삭 구의원은 “현재 정책 전문 인력은 각 지자체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이 승진을 위해 거쳐 가는 코스처럼 활용됐다”면서 “정책 전문 인력을 외부에서 수혈하는 것 자체가 지방정부 견제, 비판이 가능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