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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누구의 사위일까[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입력 | 2020-07-09 03:00:00


북한 ‘노동신문’은 2016년 8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성공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과 리병철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맞담배를 피우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주성하 기자

지난달 21일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선 리병철 군수공업부장이 실권자로 급부상했다. 그는 북한 군부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최고 군사정책 결정기구인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돼 김정은에 이어 군부 2인자가 됐다.

그동안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북한군의 3대 핵심 실세로 꼽히는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상 중 한 명이 뽑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군수공업부장인 리병철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리병철은 김정은과 맞담배를 피운 최초의 인물이다. 2016년 8월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시험발사에 성공했을 때 노동신문은 둘이 맞담배를 피우는 사진뿐만 아니라 얼싸안고 환호하는 사진까지 실었다.

리병철은 어떻게 이런 신임을 받게 됐을까.

지난해 리병철과 그의 집안에 대한 흥미롭고 자세한 여러 정보를 입수했다. 그가 바로 리설주의 부친, 즉 김정은의 장인이라는 것이다. 정보원의 위치와 신뢰 관계 등을 감안했을 때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정보에 대한 복수 확인이 되지 않는 사이 리병철은 승승장구했다.

리설주의 집안은 외부에 거의 알려진 게 없다. 북한에선 리설주가 비행사의 딸이라는 소문만 퍼져 있을 뿐 더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리병철은 혁명가 유자녀를 위해 세운 만경대혁명학원을 졸업하고 비행사가 됐으며 고위 당 간부의 딸과 결혼했다. 리설주가 어렸을 때부터 각종 대남행사에 동원된 것으로 미루어 ‘좋은 집안 출신’으로 추정했는데, 부친이 리병철이라면 진짜로 집안이 좋았던 셈이다.

국내 북한 인물자료엔 리병철의 경력이 1990년 북한군 2비행사단장일 때부터 기록돼 있다. 리설주는 1989년생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감안하면, 리병철이 비행연대장을 할 때 태어난 늦둥이 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예술 분야에 정통한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은하수관현악단 가수인 리설주와 비밀동거를 했으며 2009년 둘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다고 한다. 리설주는 그 당시 약 1년 동안 사라졌다가 이듬해 다시 악단에 복귀해 가수로 활동했다.

북한에선 1960년대부터 인기 연예인이 사라졌다 복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개 김씨 가문과 관련 있기 때문에 동료들은 짐작만 할 뿐 그 사연을 캐묻지 않는다. 김정일 사망 8개월 뒤인 2012년 7월 김정은이 리설주를 현지 시찰에 데리고 나올 때까지 둘의 관계는 알려지지 않았다.

공교롭게 이즈음부터 리병철도 승승장구했다. 그는 1992년에 중장이 됐지만 무려 16년 뒤인 2008년에야 상장 진급과 함께 공군사령관이 됐다. 상장이 되는 데 16년이 걸렸는데 대장은 2년 만인 2010년에 달았다. 2014년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2019년 군수공업부 부장이 된 뒤 올해 군부에서 김정은 다음의 실세가 됐다.

군수공업부를 미사일이나 방사포를 생산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군수공업부는 수출입의 최우선권을 갖고 있다. 고양이뿔 빼고는 다 취급할 정도다. 리병철이 북한의 최고 돈줄을 꽉 잡고 있는 셈이다.

리병철에게 고난의 시기도 있었다. 지난해 10, 11월경 그는 중앙당 집중 검열을 받았다고 한다. 제거할 고위 인물은 집중 검열부터 받는 게 관례다. 다행히 리병철은 처벌은 받지 않았다. 그가 복귀한 뒤 김정은은 리설주와 함께 백두산에 올라 리명수 냇가에서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2017년 1월 국가보위성에서 조사받던 중 사망한 강기섭 고려항공 총국장은 리설주의 외삼촌이라고 한다. 즉 리병철과 강기섭은 매부 처남 사이인 셈이다. 이 사건은 김원홍 당시 국가보위상의 몰락을 불러왔다. 강기섭에게도 리설주와 친자매처럼 똑 닮은 딸이 있는데, 강기섭의 딸이 리설주보다 키가 좀 더 크다고 한다.

리병철이 김정은의 해외자금 은닉까지 관리한다는 정보도 있다. 지난해 집중 검열을 받았던 것 역시 김정은이 자기 돈을 리병철이 빼돌린다고 의심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달의 파격적인 승진으로 미루어 리병철은 확실한 재신임을 받은 듯하다. 최근 김여정과 리병철의 급부상을 보면, 김정은의 패밀리(가족) 의존도가 더욱 심해지는 분위기다. 김정은 집권 10년이 돼 가는데, 정작 믿을 사람은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