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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간 모내기 패션… 그 완성은 양말

입력 | 2020-07-09 03:00:00

레깅스 차림에 스포츠양말 산행 필수템으로
‘아재 패션’ 상징 등산양말도 여름 거리 달궈
명품 브랜드들 강렬한 색감 양말패션 선보여




여름이라고 맨발만 고집해선 안 된다. 양말은 이제 패션의 완성이다. 플레어스커트 아래 펌프스에도, 레깅스에도 발목양말이 대세다. 샌들에 양말도 ‘아재 패션’이 아니라 힙(hip)이다.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패완얼’이 아니라 ‘패완양’이다. 패션의 완성은 이제 ‘얼굴’이 아니라 ‘양말’!

여름철 샌들에 받쳐 신은 두꺼운 양말이 ‘패션 테러리스트’의 전유물로 생각된 것은, 양말은 발목 아래 감추거나 덧신 형태로 보이지 않아야 센스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등산양말이나 스포츠양말은 동네 앞산도 히말라야를 등반할 것같이 풀장착한 ‘아재 패션’의 일종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최근 스포츠양말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못난이 양말이 패션 인싸(인사이더) 사이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됐다.

투박하고 두툼한 스포츠양말의 인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땅히 갈 곳이 부족해진 젊은층이 산에 몰려 ‘산스타그램’(산+인스타그램·등산을 소셜미디어에 인증하는 문화)을 남기면서 촉발됐다. 산스타그램의 대세는 ‘모내기 패션’ 인증이다. 모내기 패션의 핵심은 바짓단을 양말에 끼워 넣는 것. 밀레니얼 세대는 등산할 때 아웃도어 의류 같은 전문 복장 대신 레깅스를 즐겨 입는데 몸에 밀착되는 레깅스와 묵직한 스포츠양말은 모내기 패션 완성에 최적의 세트다.

영원아웃도어 관계자는 “상의에 브라톱과 루즈핏 티셔츠를 입고 하의에 레깅스, 브랜드 로고가 큼직하게 박힌 두꺼운 발목 양말을 최대한 끌어 올려 신는 것이 가장 인기 있는 산행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양말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오는 반양말도 덩달아 인기다. 산 정상을 배경으로 다양한 색감의 레깅스에 반양말을 최대한 끌어 올려 신은 젊은 여성의 인증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넘친다. 산책이나 간단한 운동에 나설 때 다른 건 포기해도 양말은 무조건 크고 묵직하게 보이도록 스타일링하는 것이 트렌드의 핵심이다.

왼쪽부터 김나영 인스타그램·노스페이스 제공

물론 산에서만 양말이 인기는 아니다. 양말은 도심에서도 이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인스타일’을 비롯한 해외 패션전문지가 분석한 올해 주요 유행의 하나가 ‘발목을 넘기는 긴 양말의 귀환’이다. 원피스나 스커트, 반바지 아래 양말을 신어 발랄한 느낌을 더해 주는 것은 패셔니스타의 단골 공식이 됐다.

무더운 여름에 웬 양말인가 싶지만 다양한 무늬와 질감으로 재미있는 패션을 연출할 수 있는 데다 발에 땀이 차는 것을 막고, 더위에 혹사당하는 발을 보호할 수도 있으니 일석삼조다.

때로는 양말로 좀 더 복고적이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

펜디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올여름 시즌 패션쇼에서는 샌들, 펌프스 힐 등에 강렬한 색감의 양말을 매치한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김나영 한소희 차정원 등 스타들도 반바지와 샌들에 면 소재 발목양말을 신거나 스틸레토 힐에 레이스 양말을 신는 등 양말 패션을 적극 활용 중이다. 정장이든 캐주얼이든, 젤리슈즈든 펌프스든 ‘양말이 어울리지 않는 패션’이란 더 이상 없는 셈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