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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씨(30)는 서울 소재 명문대학교의 인문학부에 입학한 뒤 학사경고를 두번 맞았다. 젊음을 즐기기 위해 한때 정신없이 놀다보니 평균 점수가 크게 낮아졌다. 그 뒤 뒤늦게 취업준비를 시작했지만 준비할 게 많아 30살까지 졸업을 유예하고 있는 중이다.
장씨는 “나도 나름의 꿈꾸던 생활수준이 있었다. 뒤늦게 취업준비를 시작했지만 나도 높은 월급을 받으며 살고 싶었다”며 “졸업을 유예하며 남들보다 시간을 좀 더 들이면 그것을 이룰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별로 나아지는 게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청년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소위 ‘졸업유예’를 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취업이 잘 되지 않아서, 혹은 당장 가질 수 있는 직업보다 더 급여수준이 높은 직업을 갖기 위해 취업을 미루는 경우에 졸업유예를 하게 된다.
이같은 ‘졸업유예’는 과연 취업 결과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지난 6월30일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행된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대학졸업유예자 특성에 따른 기대임금과 실제임금의 격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가 이에 대한 답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졸업 유예자는 대개 일반 졸업자들보다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 다만 기대치도 높아지기 때문에 ‘기대-실제 임금 격차’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졸업자의 평균적인 기대임금은 223만6900원, 실제임금은 193만3600원이다. 반면 졸업유예자의 기대임금은 239만5400원, 실제임금은 216만4450원이었다. 졸업을 유예할 경우 기대임금과 실제임금이 모두 유의미하게 높아진다. 다만 실제임금과 기대임금 사이의 격차지수는 유예자가 0.08, 일반 졸업자가 0.10으로 미미한 차이만 보였다.
이같은 성취도의 차이는 졸업 유예자들의 특성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졌다. 우선 학부 성적이 좋을수록 졸업 유예 후 ‘기대-실제’ 임금 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유예 없이 ‘칼졸업’을 했을 때는 고학점자와 저학점자의 ‘기대-실제 격차’ 차이가 미미하지만, 졸업유예를 할수록 고학점자와 저학점자간의 차이가 벌어졌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지 여부도 변수다.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다닐수록 졸업유예 이후 기대-실제 임금 격차가 좁혀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서울 외 지역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은 졸업유예를 해도 기대-실제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일반졸업자의 학점은 기대임금과 실제임금의 격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반면 졸업유예자는 학점이 높아질수록 기대임금과 실제임금의 격차를 낮춘다고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 외 소재 대학은 졸업유예와 상관없이 기대임금과 실질임금의 격차에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서울 소재 대학에서 졸업유예를 선택하면 기대임금과 실질임금의 격차가 줄어든다고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같은 연구를 통해,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들이 한층 효율적인 진로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결과에 기반을 둔다면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며 학부 학점이 좋았던 학생들은 본인들의 목표를 위해 졸업을 유예하고 조금 더 시간을 들여보도록 독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의 학생들은 졸업을 늦추기보다 지금 바로 가질 수 있는 직업을 서둘러 가지는 것이 낫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