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어느 날 미국 뉴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50번째 대유행을 알리는 경보가 울렸다. 시내 곳곳에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며 하루 만에 1만 명이 넘는 시민을 감염시킨 것이다. 미국 정부는 대유행이 발발한 지역에 대형 우주선을 급파해 감염자 1만 명을 싣고 지구 궤도로 쏘아 올렸다. 이 우주선은 코로나19 감염 대응 치료선이다. 과학자들이 우주먼지로부터 오는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을 적절히 쬐면 바이러스가 폐 조직에 달라붙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이후 환자를 빠르게 격리하고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는 카르틱 네마니 미국 퍼듀대 기계공학 및 에너지공학부 박사과정생이 상상한 20년 뒤의 모습이다. 첫 코로나19 유행을 겪는 지금의 뉴욕이 40만 명 이상 감염되고 3만2000명 이상 숨지는 대참사가 벌어진 것과 비교된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젊은 과학자 16명에게 코로나19 이후 변화할 2040년의 모습을 공모해 그 결과를 이달 3일 소개했다.
● 직장, 화장실이 방역 첨병 역할
사이언스는 젊은 과학자와 과학도들의 눈을 통해 지금의 사회가 코로나19로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고 이를 극복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2040년 상황을 전제로 하지만 전혀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 우주선에 코로나19 환자를 태워 격리도 하고 치료를 하겠다는 상상도 마찬가지다. 실제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2022년까지 지구 저궤도에 150t을 올릴 수 있는 120m 길이 우주선 ‘스타십’을 개발하고 있다. 감마선을 내뿜는 방사선동위원소도 이미 실생활에서 폐암을 치료하는 데 쓰이고 있다.젊은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평생직장인 연구실 풍경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비대면의 시대를 맞아 연구 방식과 문화가 변화할 것이란 기대다. 대규모 학술대회는 사라지고 원격학회로 전환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리이판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박사후연구원은 2040년에 열릴 세계 원격통합과학학회에는 160개국 10만 명의 학자가 온라인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상현실(VR) 속 포스터 논문을 누르는 것만으로 다른 연구자와 토론도 한다. 리이판 연구원은 “미래의 연구자들은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수천 달러씩 내고 비행기를 타고 수백 달러의 호텔비를 지불해야 하는 지금의 학회 풍경을 믿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일회용품, 개인차량 이용증가로 기후변화는 더 악화
하지만 젊은 연구자들이 밝은 미래만 상상하는 건 아니다. 2016년 전 세계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억제하자는 파리기후협약을 맺었지만 2040년은 목표 달성에 실패할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고 접촉을 피하려 개인차량을 쓰는 사람이 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핀란드 에너지 및 청정대기 연구센터(CREA)는 올해 2월 코로나19 봉쇄 덕에 잠깐 줄어들었던 중국의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5월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기자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