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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서 韓유학생, 인종차별 집단폭행으로 중상…한인사회 ‘술렁’

입력 | 2020-07-09 16:40:00


프랑스 남부에서 20대 한국인 유학생이 인종차별적인 조롱을 당한 뒤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동양인을 혐오대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유럽 내에 조성되면서 한인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오후 11시30분 프랑스 남부도시 몽펠리에 중심가에 위치한 오페라극장 ‘코룸’ 앞에서 한국인 유학생 A 씨(29)가 현지 10대 청소년 3명에게 폭행을 당한 뒤 흉기에 찔렸다.

당시 A 씨는 친구 2명과 함께 극장 앞 계단을 오르다 청소년 3명과 마주쳤다. 이들은 두 손으로 눈을 양쪽으로 찢으며 A 씨를 놀렸다. 동양인의 눈이 가늘다고 묘사하는 것으로, 대표적 인종차별행위로 통한다. A 씨가 항의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청소년들이 공격하자 A 씨는 들고 있던 유리병을 깨서 맞섰다. 그러자 이들은 A 씨를 넘어트린 뒤 주먹질과 함께 칼로 허벅지 뒤쪽을 흉기로 2차례 찌르고 달아났다.

A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프랑스 경찰은 주변에서 가해 청소년들을 체포했다. 각각 17, 18세인 알바니아계 청소년들로, 경찰의 관찰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알바니아는 인구 280만 명의 작은 나라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프랑스 내 한인사회와 유학생들은 “동양인에 대한 위협이 잦아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달 6일에는 프랑스 남부 도시 니스에서 20대 한국여성이 트램을 타고 가던 중 현지인 남성으로부터 인종차별 폭언과 협박을 당했다. 파리 17구에 사는 유학생 김모 씨(27)는 “밤에 귀가하던 중 현지인이 다가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침을 뱉어 너무 놀랐다”며 “코로나19 확산 원인을 동양인으로 여기며 차별을 가하는 현지인들이 생겨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원호 참사관은 “10일 몽펠리에 사건 현장을 답사하고 경찰에게 정확한 경위와 재발방지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