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와 동료의 폭행 및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는 경북의 한 사찰 추모관에 잠들어 있다. 2020.7.9/뉴스1 © News1
“올림픽 금메달 100개보다 한 선수의 목숨이 중요합니다.”
팀 지도자와 선배의 가혹 행위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22) 사건의 진상 규명과 스포츠 폭력 근절 등을 촉구하기 위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문화연대·스포츠인권연구소 주관)에서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스포츠심리학) 교수는 짧고 강렬한 말로 한국 스포츠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토론에 앞서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선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말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이제 백마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박정, 임오경, 유정주, 전용기 의원 등도 참석했다.
패널로 참석한 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는 스포츠 폭력을 대하는 기본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평론가는 “물리적 폭력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맞지 않았는데 더 공포감을 느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감독, 선배를 보기만 해도 힘들다. 이런 구조에서 내가 절대 벗어날 수 없구나’라는 절망적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폭력”이라며 “기존 인권 교육은 물론이고, 가혹 행위 발생시 조사의 기준과 틀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피겨 선수 자녀를 둔 한 학부모도 “최 선수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개인 코치에게 딸이 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을 했다. 이 학부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벌금 20~30만 원에 그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피해자 어머니 4명이 지난해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진정을 제기해 코치가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설 아이스링크에서 레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