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실종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9일 오후 7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서울시장 공관 앞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9일 오후 시청 직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역력했다. TV를 통해 박 시장의 실종 속보가 이어지자 직원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퇴근하는 발길을 멈추고 TV 앞에 한참을 서 있는 직원들도 있었다. 서울시는 4급 이상 직원들에게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사무실에 대기할 것을 지시했다.
박 시장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 오후 6시경부터 시장실과 행정부시장실, 정무부시장실, 정무수석실이 있는 6층에는 방호과 직원들이 직원은 물론 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오후 7시부터 주요 간부들이 행정부시장실에 모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직원들이 복도를 바쁘게 오갔고 6층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는 모두 통제했다.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도 “내려가라”고 강한 어조로 요청하기도 했다. 청사 내부로 통하는 1층 후문에서도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외부인 출입을 철저하게 막았다.
박 시장은 이날 두 건의 공식 일정이 잡혀있었다. 오전에는 비공개 일정이기는 했지만 시 펜싱팀 합숙소 방문이 예정돼 있었고, 오후 4시40분에는 시장실에서 김사열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이 잡혀있었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모두발언 등이 기자단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오전 10시 40분경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정이 취소됐다’고 기자단에 공지했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오전에 정무라인으로부터 ‘박 시장은 ”몸이 안 좋아서 출근을 못 했다’는 내용을 전달을 받았다“고 말을 아꼈다.
이번 주 박 시장은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기자단을 대상으로 공식 행사를 두 차례나 여는 등 정책 홍보에도 적극적이었다. 6일에는 민선 7기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2년 동안의 성과를 설명하며 ”성공한 서울시장으로 기억되겠다“고 밝혔다. 답보 상태인 차기 대선 지지율을 묻는 질문에도 ”지지율이라는 것은 언제나 변동하는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자기의 본분을 철저히 제대로 하고 있으면 성과나 진정성을 시민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8일에는 박 시장이 최근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시 차원의 기후 위기 대응 방안을 담은 ‘서울판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고, 앞으로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 자리에 함께 했던 이유진 서울시 기후생태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린뉴딜은 시장님이 중요하게 생각해온 내용인 만큼 참석자들을 독려하는 말씀도 하시고 평소와 다르게 이상한 점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박 시장의 소재 파악에 전력하고 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