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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구난방 포퓰리즘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 못 잡는다

입력 | 2020-07-10 00:00:00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어제 오후 국회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부동산 대책을 조율했다. 이르면 오늘 22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어제 회의에서는 지난해 12·16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4%로 올리기로 했으나 이를 다시 6%까지 올리는 방안 등이 검토됐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무책임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는 가운데 당정청이 또다시 급조된 대책을 내놓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토지세’라는 방안을 내놓았다. 주택 거래 보유에 따른 이익의 대부분을 환수해 이를 기본소득 같은 복지에 사용하자는 방안이다. 결국 부동산 대책을 자신이 주장한 기본소득 도입과 연결시키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낙연 의원은 최근 서울 내 근린생활지역 및 준주거지역을 주거지역으로 전환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식의 집값 안정 대책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현재 당정청의 방침은 이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어제 민주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부겸 전 의원은 “고위 공직자가 3개월 이내에 다주택을 못 팔면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처분하지 못한다면 무슨 법적 근거로 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인지는 설명이 없다.

최근 일련의 부동산 대책 논의 과정을 보면 세제를 포함해 경제 전반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아닌 민주당과 정치인 출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주도하는 양상이다. 나오는 대책들도 장기적인 집값 안정보다는 일부를 겨냥해 징벌적 과세를 매기는 데 치중하는, 단기적 정치 효과만 크게 부각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부동산 대책은 정책 발표 시기와 효과 발생 간에 기간 격차가 큰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이다. 세금은 조세법정주의에 따라 국회에서 철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정치권이 실행되기도 어렵고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인기 영합적 대책들을 중구난방식으로 쏟아내 정책 혼선과 신뢰 추락만 불러오는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