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통령 정장 도맡아 공급… 200년간 명사들 사랑받아 코로나로 파티-모임 줄어 정장 외면… 경영난 겪다 결국 파산 신청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 시민이 의류 브랜드 브룩스브러더스 매장을 지나고 있다.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브룩스브러더스는 이날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뉴욕=신화 뉴시스
1818년 뉴욕 월가에 첫 점포를 연 브룩스브러더스는 맞춤 정장을 주문할 시간이 없는 금융인들을 위해 기성복 정장을 판매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가는 세로줄 무늬의 양복과 버튼 다운식 폴로셔츠 등이 인기를 끌면서 고급 사립학교 졸업생들이 주로 입을 법한 ‘아이비리그 스타일’ 브랜드라는 평가를 얻으며 성장했다.
브룩스브러더스는 특히 미국 역대 대통령의 정장을 거의 도맡아서 공급한 브랜드로 유명하다. 브룩스브러더스의 창업 이후 현재까지 45명의 대통령 가운데 40명이 이 회사의 정장을 입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도 암살될 당시 이 회사의 코트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취임식 때 브룩스브러더스의 양복을 입었다.
브룩스브러더스의 경영이 악화된 결정적인 계기는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이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각종 비즈니스 미팅과 사교 모임이 사라지면서 정장 수요가 급감했다. 종업원이 4000명인 브룩스브러더스는 이미 북미 지역에서 50여 개의 점포를 닫은 상태다. CNN은 “정장보다 캐주얼을 선호하는 일반 대중의 트렌드 변화에 둔감했던 것도 경영 실패의 이유가 됐다”고 보도했다. 브룩스브러더스 외에도 백화점 니먼마커스, 의류브랜드 제이크루가 문을 닫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의류·유통업계의 충격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