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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따라 타박타박… 우리집 뒷산이 명산이네

입력 | 2020-07-10 03:00:00

서울속 걷기 편한 산 4곳
안산-성산-개운산-배봉산 등 덱-황토로 평탄하게 길 단장하고
접근성 좋아 산책-운동에 제격… 북카페-전망대 등 즐길거리도 갖춰




서울시내에는 접근이 편리하고 산책로가 평탄한 산이 곳곳에 있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동대문구 배봉산에 조성된 총 4.5km의 둘레길은 바닥에 덱(deck)을 깔아 휠체어나 유모차도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다(위 사진). 서대문구 안산을 둘러싼 8km의 안산자락길은 주요 장소마다 벤치와 전망대를 설치해 남녀노소 누구나 편리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영은 씨(40·여)는 쉬는 날이면 종종 산을 찾는다. 서울 시내에서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는 안산이나 백련산, 인왕산을 즐겨 오른다. 해가 길어진 요즘은 퇴근 후 ‘야등’(야간 등산의 줄임말)을 즐기기도 한다. 김 씨는 “땀 흘리며 산에 올라 미세먼지 없는 서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확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서울시내 산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20, 30대 청년층의 등산 인증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들이 실내보다 야외 활동을 선호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관광재단은 주민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서울 속 동산 4곳을 추천했다. 동네 뒷산처럼 오르기 쉽게 등산로에 덱(deck)을 설치하거나 흙길을 정비해 접근성을 높인 곳들이다.

서대문구에는 높이 296m의 안산이 있다. 산허리를 한 바퀴 도는 8km 길이의 안산자락길은 이곳의 명물이다. 계단을 없애고 덱과 흙길로 평탄하게 만들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중간에는 잣나무와 메타세쿼이아가 군집한 숲도 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이곳이 서울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정도다.

접근성도 좋다. 서대문구청은 물론이고 연세대, 봉원사,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 여러 곳에 진입로가 있다. 봉수대가 있는 정상에 오르면 눈앞으로 인왕산의 등줄기와 광화문 일대가 펼쳐진다. 남산 서울타워와 63빌딩, 롯데월드타워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성산은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높이 66m의 낮은 산이다. 산이 성처럼 둘러싸인 모습이라 성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순우리말로는 ‘성메’ 또는 ‘성미’라고 말하는 게 굳어지면서 성미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내부순환로와 성산동 일대가 보이고, 그 뒤로는 북한산의 능선이 펼쳐진다. 30분이면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산이라, 다소 아쉽다면 근처 와우산까지 들러보는 것도 좋다. 와우산은 소가 누워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성북구에는 높이 134m의 개운산이 있다. 이곳은 광복 이전만 해도 산림이 울창했지만 6·25전쟁 당시 포격전으로 나무가 불타면서 민둥산이 되기도 했다. 1960년대 시작한 식목사업으로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개운산에는 △명상의 길 △연인의 길 △산마루 길 △사색의 길 △건강의 길 등 3.4km의 산책 코스가 있다. 봄철이면 곳곳에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난다. 산림욕을 하며 책을 볼 수 있도록 의자와 평상을 배치한 야외 공간인 ‘산마루 북카페’도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다만, 시원한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정상 전망대가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동대문구 배봉산은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해발 110m의 낮은 산이지만 해맞이 광장에 오르면 동남쪽으로는 용마산과 아차산, 남서쪽으로는 인왕산과 남산이 눈에 들어온다. 길이 4.5km의 무장애 숲길은 휠체어나 유모차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해가 진 뒤에도 밝은 가로등 덕분에 밤 산책이 가능하다. 산중턱에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도 있다. 5월이면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히어리 꽃이 핀 모습도 볼 수 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