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에서 네번째)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 최숙현 선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원홍 스포츠부 전문기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인권피해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8월 출범하는 스포츠윤리센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해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로부터 폭행 등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 이후 추진됐다. 정치권과 정부는 체육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체육계 인사들이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고 판단해 체육계로부터 독립된 조사 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올해 초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스포츠윤리센터의 설립 근거를 만들었다.
하지만 벌써부터 부실 우려가 나온다. 박 장관은 “강한 권한”을 강조했지만 실제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 권한은 별로 없다. 관련법에는 인권피해 관련 신고와 접수를 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고 조사 범위 및 권한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기존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린센터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관련자들이 거부하더라도 사실상 조사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체육계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할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고 권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출범해 내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던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상설 조직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인권위는 조사를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등 자신들이 스포츠윤리센터보다 더 강제적이고 효율적인 조사를 할 수 있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인권위 특별조사단의 존재도 최숙현 선수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최 선수가 인권위를 포함해 6개 기관을 돌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소용없었던 것을 보면 관계기관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선수들은 용기 있는 폭로와 죽음으로 스포츠 폭력 추방에 대해 절규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및 관계기관의 대응 모습들을 보면 졸속적이고 자기 부처 홍보에 치중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이원홍 스포츠부 전문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