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사망]2011년 野 단일후보로 정치 데뷔 서울시장 재보선 당선… 연거푸 3선, 2017년 대선 준비 본격 나섰지만 국민 마음 못얻자 “경선 불참”… 2022년 대선 의지 불태웠는데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도전 멈춰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습. 박 시장은 3선 고지에 오르며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혔지만 9일 그의 정치 인생도 막을 내렸다. 동아일보DB
2011년 9월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백두대간 종주를 갓 마쳐 턱수염이 가득한 한 남성이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를 껴안았다.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을 거치며 시민사회계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던 박원순 변호사가 ‘정치인 박원순’으로 거듭난 순간이다. 안 대표의 전격적인 양보에 힘입어 야권 단일 후보가 된 박원순 변호사는 한 달 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고 2014년, 2018년 선거에서도 연거푸 당선됐다. 서울시장 사상 처음으로 3선에 성공한 박 시장은 이제 마지막 정치적 도전인 차기 대선에 나서려고 했지만 9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도전을 중단하게 됐다.
○ “내 직업은 ‘소셜 디자이너’”
2011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활동할 당시의 모습.
그렇게 대한민국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그의 열망은 대선 도전으로 이어졌다. 박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2017년 대선 준비에 본격 나섰다. 그러나 낮은 대중적 지지율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박 시장은 “정말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박 시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2017년 대선을 준비하며 시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박 시장이 절감했다”며 “202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긴 호흡으로 준비하겠다는 의욕이 강했다”고 말했다.
당내 세력 부족을 절감한 박 시장은 4·15총선을 앞두고 ‘박원순계’의 출마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 결과 행정부시장 출신의 윤준병 의원, 정무부시장 출신의 김원이 의원, 비서실장 출신의 천준호 의원 등이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 “대통령은 운명적인 직책”
1982년 사법연수원 동기인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함께.
부동산 대책 등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할 사안은 종종 즉흥적으로 밀어붙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18년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할 것”이라며 여의도·용산 개발 청사진을 밝혔던 게 대표적이다. 곧장 관련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중앙정부와 논의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런 우여곡절에도 박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재난기본소득 논의를 주도하며 차기 대선 준비를 이어갔다. 박 시장은 6일 열린 민선 7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대선과 관련해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안 되고 싶어도 하게 되는 운명적인 직책”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정치 입문 이후 9년 동안 꾸준히 그 운명의 자리를 준비했지만, 이날 그의 정치 인생도 갑작스레 막을 내렸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