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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박원순 사망 안 믿긴다” 충격

입력 | 2020-07-10 03:00:00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與와 면담 약속 등 이상징후 없어
“8일 만찬서도 시종 유쾌했는데…”



 10일 새벽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운구되고 있다. 박 시장은 가족의 실종신고 후 7시간 여에 걸친 수색 끝에 삼청각 인근 산 속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020.7.10/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소식에 정치권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9일에도 부동산 공급 대책 문제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면담 일정을 잡는 등 박 시장이 평소와 다름없는 행보를 보였던 만큼 더욱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청와대는 이날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경찰의 수색 진척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상황 파악에 주력했다. 일부 참모들은 퇴근을 미룬 채 비상대기를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에서도 박 시장의 ‘이상 징후’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며 “박 시장과 평소 친분이 있는 의원들도 수사기관의 공식 발표 전까지 한동안 제대로 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박 시장은 부동산 공급 대책 문제를 두고 9일 저녁 김태년 원내대표와 약속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등 부동산 공급 확대 방안을 두고 물밑 대화를 진행해 왔다. 여권 관계자는 “8일 민선 5, 6기 지방자치단체장들 만찬 자리에서도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4월 총선에서 대거 당선된 ‘박원순계’ 민주당 의원들 역시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박원순계 의원은 10여 명에 이른다. 재선인 기동민 의원(서울 성북을)을 비롯해 비서실장 출신인 천준호 의원(서울 강북갑)과 윤준병(전북 정읍-고창), 김원이(전남 목포) 의원 등이 박원순계로 꼽힌다. 박 시장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박 시장이 이날 친한 의원 몇몇과 만나기로 약속돼 있었는데 갑자기 취소됐다”며 “몸이 아파서 그런가 보다 했다”며 당황스러워했다.

박 시장이 당내 박원순계 약진을 계기로 당 안팎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대선 물밑 작업’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사망 소식은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 시장과 서울시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인사는 “박 시장이 정무부시장 자리를 늘려 총선에서 낙선한 전직 의원들을 기용하는 등 대선을 위한 ‘기반 마련’에 열중했었다”며 “먼 미래까지 내다봤었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평소 박 시장에게 날을 세우던 미래통합당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소속 의원들에게 “여러모로 엄중한 시기”라며 “언행에 유념해 주길 각별히 부탁드린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 통합당 재선 의원은 “아무리 다른 당 지자체장이더라도 서울시장 아니냐. 박 시장이랑 논의할 것도 많은데…”라고 말했다.

강성휘 yolo@donga.com·윤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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