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사망]與와 면담 약속 등 이상징후 없어 “8일 만찬서도 시종 유쾌했는데…”
10일 새벽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운구되고 있다. 박 시장은 가족의 실종신고 후 7시간 여에 걸친 수색 끝에 삼청각 인근 산 속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020.7.10/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소식에 정치권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9일에도 부동산 공급 대책 문제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면담 일정을 잡는 등 박 시장이 평소와 다름없는 행보를 보였던 만큼 더욱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청와대는 이날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경찰의 수색 진척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상황 파악에 주력했다. 일부 참모들은 퇴근을 미룬 채 비상대기를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에서도 박 시장의 ‘이상 징후’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며 “박 시장과 평소 친분이 있는 의원들도 수사기관의 공식 발표 전까지 한동안 제대로 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박 시장은 부동산 공급 대책 문제를 두고 9일 저녁 김태년 원내대표와 약속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등 부동산 공급 확대 방안을 두고 물밑 대화를 진행해 왔다. 여권 관계자는 “8일 민선 5, 6기 지방자치단체장들 만찬 자리에서도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박 시장이 당내 박원순계 약진을 계기로 당 안팎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대선 물밑 작업’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사망 소식은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 시장과 서울시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인사는 “박 시장이 정무부시장 자리를 늘려 총선에서 낙선한 전직 의원들을 기용하는 등 대선을 위한 ‘기반 마련’에 열중했었다”며 “먼 미래까지 내다봤었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평소 박 시장에게 날을 세우던 미래통합당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소속 의원들에게 “여러모로 엄중한 시기”라며 “언행에 유념해 주길 각별히 부탁드린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 통합당 재선 의원은 “아무리 다른 당 지자체장이더라도 서울시장 아니냐. 박 시장이랑 논의할 것도 많은데…”라고 말했다.
강성휘 yolo@donga.com·윤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