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최숙현’ 근절 국회 토론회 가혹행위 조사 기준-틀 바꾸고 선수 인권 실태 정기적으로 파악 독립적 스포츠윤리센터도 필요
“올림픽 금메달 100개보다 한 선수의 목숨이 중요합니다.”
팀 지도자와 선배의 가혹 행위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최숙현 선수(22) 사건의 진상 규명과 스포츠 폭력 근절 등을 촉구하기 위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문화연대, 스포츠인권연구소 주관)에서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짧고 강렬한 말로 한국 스포츠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토론에 앞서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선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말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이제 백 마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박정, 임오경, 유정주, 전용기 의원 등도 참석했다.
패널로 참석한 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는 스포츠 폭력을 대하는 기본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평론가는 “물리적 폭력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맞지 않았는데 더 공포감을 느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감독, 선배를 보기만 해도 힘들다. 이런 구조에서 내가 절대 벗어날 수 없구나’라는 절망적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폭력”이라며 “기존 인권 교육은 물론이고 가혹 행위 발생 시 조사의 기준과 틀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피겨 선수 자녀를 둔 한 학부모도 “최 선수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개인 코치에게 딸이 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을 했다. 이 학부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벌금 20만∼30만 원에 그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피해자 어머니 4명이 지난해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진정을 제기해 코치가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설 아이스링크에서 레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