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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없다”던 가해자의 뒤늦은 사죄, 최숙현 납골당 찾아

입력 | 2020-07-10 10:20:00

사진=뉴시스/뉴스1 독자 제공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 중 1명으로 지목된 김 모 선수가 최 선수의 납골당을 찾아 사죄했다. 하지만 가혹행위 중심에 있는 김규봉 감독과 장 모 주장선수, 운동처방사 안 모 씨 등 3명은 여전히 최 선수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경주시체육회는 10일 김 선수가 전날(9일) 오후 5시 30분경 최 선수가 안치된 경북 성주군 가족납골당인 삼광사추모공원을 방문해 추모했다고 밝혔다.

김 선수의 어머니도 최 선수 아버지에게 전화로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오후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가 안치된 경북 성주의 한 사찰 추모관에서 최 선수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김 선수가 고인 앞에 사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독자 제공


김 선수는 최 선수의 유골함에 “진실을 묵인해 미안하다”며 “숙현이를 비롯한 모든 피해자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죄했다.

그는 “그동안 도저히 진실을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고 용기도 나지 않았지만 후배들이 국회까지 가서 증언하는 모습을 보고는 부끄러웠다”며 “최숙현 선수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선수는 최 선수가 생을 마감한 뒤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 선수의 아버지는 “숙현이를 괴롭히던 남자 선수(김 선수)가 장례식장에 조문을 왔었다”며 “당시 ‘네가 정말 사죄할 마음이 있거든, 숙현이를 모신 납골당에 가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의 유골함. 사진=뉴시스/고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최 선수는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지난달 26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최 선수의 비극은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에 의해 알려졌고, 이후 침묵하던 동료선수들이 나서 피해를 추가 폭로했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김 감독, 장 주장선수, 김 선수는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잘못이 없어 사과할 일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김규봉 감독과 주장 장윤정 선수를 영구 제명했다. 김 선수에게는 10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김 감독과 운동처방사 안 모 씨, 장 선수에 대해서는 출국 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