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가족/권헌익 지음·정소영 옮김/324쪽·2만 원·창비

올해 70주년을 맞은 6·25전쟁은 그 어느 전쟁보다도 사회적인 전쟁이었다. 민간인 사망자가 최소 200만 명이었고 그중 20만 명 이상이 국가 폭력의 희생자로 추정된다. ‘비무장 민간인이 생존을 위해 벌인 사투를 고려하지 않고는 이 전쟁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적에 동조하는 인물이나 잠재적 협력자로 간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양쪽이 벌인 광범위한 폭력과 보복은 전쟁이 끝나고 여러 세대가 지나도록 깊고 넓은 상처를 남겼다. 두 사회에서 연좌제는 오랜 시간 동안 강력한 사회 통제 수단으로 기능했고, 이를 폐지하겠다는 약속도 시차를 두고 거듭 나오면서 먼저의 약속은 허언이었음을 증명하곤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로 한국어가 모국어인 저자가 영어로 쓴 책을 전문 번역가가 번역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