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쾌변’ 쓴 박준형 씨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생계형 변호사’라는 필명으로 글을 연재했다. 첫 글을 쓴 순간은 어땠나.
“거창한 계기는 없다. 혼자 야근하다 ‘집에 갈까’ ‘내일 할까’ 잡생각 중에 ‘브런치’를 발견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을 가볍게 표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변호사가 쓴 책이라면 절반은 어렵게 지식을 전달하고, 나머지는 눈물콧물 빼는 사건 이야기다. 나는 다른 길로, 이 바닥에 없으면 모르는 이야기를 재밌게 해보고 싶었다.”
―변호사를 향한 판타지에 ‘그게 아니에요!’ 항변하는 느낌이다.
“변호사가 되면 좋은 삶이 보장될 것 같았다. 그런데 전혀 아닌 거다. ‘서초동 사람’ 대부분은 평범한 직장인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하기도 하다. 드라마처럼 멋있게 판사와 싸우는 일은 절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제가 해보니까요, 그건 아니던데요’ 하고 솔직히 말하면 재미도 있고,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길 바랐다.”
―‘소송전에선 빌런과 히어로의 구별이 의미 없다’ 등 찰진 표현이 번뜩인다.
―삼국지가 기발한 표현의 근원은 아닌 것 같다.
“사실은 예능 PD가 꿈이었다. 꿈은 못 이뤘지만 TV나 글을 보며 재밌는 플롯을 상상하곤 했다. ‘무한도전’은 폐지될 때까지 챙겨 봤고, tvN의 ‘SNL 코리아’도 좋아했다. 주류보다 B급 코미디, ‘병맛’ 코드를 좋아한다.”
―사람을 웃기면 기쁜가.
“당연하다. 말로 하는 ‘드립질’에는 약한 ‘키보드 워리어’다. ‘글로 쓸 때 재밌다’는 반응이 온다.”
“한 번도 이 일을 생각해본 적 없다. 비대면이 좋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밥 먹고 술 마시기도 어렵다. 그래도 먹고살기 위해 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지더라.”
―‘자갈치 부인’과 중국동포 에피소드는 찡하다.
“귀화를 거부당한 중국동포는 납득이 안 됐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자갈치 부인’은 포기하지 않는 의뢰인 덕분에 ‘정의를 맛본’ 경험이었다.”
―딱딱한 판결문으로만 귀결되는 변호사 일의 인간적 모습이 생생하다.
“여전히 변호사나 법조계에 오해가 많다. 과거 이미지로 ‘영업하려니’ 거창한 면이 있지만 속은 똑같은 직장인이다. 부담 없이 편히 봐주시면 좋겠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