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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표현의 자유인가, 돈벌이 수단인가

입력 | 2020-07-11 03:00:00

◇유튜버들/크리스 스토클 워커 지음·엄창호 옮김/336쪽·1만6000원·미래의창




15년 전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 찍은 19초짜리 동영상을 올리면서 시작한 유튜브는 2019년 기준으로 모든 동영상을 다 보려면 약 8069년이 걸릴 만큼 거대한 플랫폼이 됐다. 유튜브는 개인을 콘텐츠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만들었지만 지나친 상업성과 중독성 등 여러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미래의창 제공

웬만한 직장인이 1년 꼬박 일해야 버는 연봉을 동영상 업로드 한 번에 벌고도 남는 꼬마 유튜버를 보고 있노라면 맥이 탁 풀리곤 한다. 노동의 신성함, 땀으로 실현되는 정의는 유튜브라는 생태계에선 그다지 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런 생각은 저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유튜브 관련 소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우리가 왜, 어떻게 이 ‘생태계’를 비판적으로 뜯어봐야 하는지 각종 논문과 연구 결과 등의 근거를 가지고 냉철하게 접근했다.

“유튜브는 동물원에서 시작됐으니 과연 파티족(파티 애니멀·party animal)이 우글거리는 플랫폼답다.” 저자는 유튜브의 탄생 과정을 빗대 유튜버를 가리켜 ‘파티 애니멀’이라고 부른다. 2005년 당시 25세의 이민자 자베드 카림이 미국 샌디에이고 한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 앞에서 19초짜리 엉성한 동영상을 찍어 ‘동물원의 나’라는 제목으로 홈페이지에 올린 게 유튜브의 시작이었던 것을 빗댄 표현이다.

시작은 이같이 미약했으나 결과는 창대하다는 말 이상이다. 현재(이 책이 출간된 2019년 현재) 유튜브에 하루 업로드되는 영상은 분량으로 따져 총 57만6000시간이다. 지금까지 올라온 모든 영상을 다 보려면 어림잡아 8069년이 걸린다고 한다.

‘동물원의 나’ 이후 15년. 우리는 수십∼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관종(관심종자)’ 유튜버들이 수영장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르거나, 시체를 찾아 폐허를 전전하는 영상 등을 보게 됐다. 구독자 수를 올리기 위해 남자친구에게 두께 3.8cm짜리 책을 가슴에 대고 있게 하고 그 위에 총을 쐈다가 과실치사로 실형을 산 여성 유튜버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이 같은 유튜버의 현실을 꾸준히 비판하던 저자는 100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명 유튜버 케이시 나이스탯에게 ‘공개 저격’당하며 유명해졌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96%는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고 빈곤층을 겨우 벗어나는 정도의 벌이를 한다’는 저자의 블룸버그 기고에 나이스탯이 5분 22초짜리 유튜브 영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200만을 넘어섰고, 저자는 ‘유튜버의 표현의 자유를 돈벌이 수단으로 표현했다’는 글로벌한 항의와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유튜브의 지나친 상업성과 자극적 소재 외에도 구글이 제공하는 동영상 추천 알고리즘도 돌아보게 한다. 저자에 따르면 구글이 연령, 거주지, 성별, 과거 검색 기록 등을 토대로 관심사를 유추해 관련 영상을 끝없이 제공하는 ‘추천 영상 시스템’ 도입 이후 사용자들이 유튜브에 머무는 시간은 이전보다 20배 늘었다. 유튜브에 머물수록 광고에 노출되는 시간은 길어지고 구글의 수입은 늘어나는 구조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가짜뉴스의 생산 및 확산지가 되는 현상도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유튜버에 대한 냉소적인 비판만 담은 것은 아니다. 인터넷 발달로 동영상 콘텐츠가 급격히 소비되면서 구글이 경쟁자이던 유튜브를 왜 사들였는지, 남미와 유럽에 지사를 세우면서 어떻게 세력을 확장했는지, 조회수와 비례한 광고수익 구조 도입 이후 유의미한 변화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짚은 부분은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면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 곳곳의 QR코드를 통해 사례로 든 동영상 클립을 바로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