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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베이스볼] 선수는 반성 감독은 신뢰…‘11G OPS 2위’ KT 황재균 원동력

입력 | 2020-07-11 08:30:00

KT 황재균. 스포츠동아DB


“타순이나 역할 가리지 않고 뭐든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황재균(33·KT 위즈)의 올 시즌 초반은 커리어 최악에 가까웠다. 야심차게 몸을 만들며 시즌을 시작했지만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등 한두 번 꼬이며 어그러졌다. 멜 로하스 주니어, 강백호, 유한준, 박경수, 배정대 등 간판타자들이 워낙 활발히 점수를 내준 덕에 부진이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분명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6월 25일까지 황재균의 시즌 타율은 0.267까지 떨어졌다. 한 차례 2군에 다녀와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슬럼프가 이어졌다.

이 무렵 황재균은 이강철 감독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많이 믿어주셨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 성적이 좋지 않으니 번트든 히트앤드런이든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팀 내 최고 연봉자이자 고참급 선수가 희생하겠다는 얘기를 먼저 꺼낸 것이다. 이 감독은 황재균에게 또 한 번 믿음을 보냈다.

이 감독은 황재균을 2번타순에 올렸다. 기본적으로 발이 빠르고 작전수행능력도 있는 선수인 데다 장타력까지 갖췄으니 ‘강한 2번’으로서 역할을 해주리라 믿었다. 이때부터 황재균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근 11경기에서 타율 0.404(52타수 21안타), 2홈런, 9타점, 11득점으로 만점 활약이다. 때려낸 21안타 중 장타가 8개다. 2할대 중반까지 곤두박질쳤던 타율은 어느새 0.304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OPS(출루율+장타율)는 1.081로 팀 동료 로하스(1.095)에 근소하게 뒤진 2위다.

황재균은 최근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떨어졌을 때도 믿어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는 진심을 전했다. 이 감독 역시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으며 자신감도 높아졌다”며 박수를 보냈다.

KT는 리그에서 손꼽힐 만큼 강한 타선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황재균까지 좋을 때 모습을 보여준다면 거를 틈은 더욱 좁아진다. 승패마진 -1까지 회복한 KT는 더 강해질 여지가 여럿 남아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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