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원하는 시대 나만의 ‘언어’ 담아야 내면의 고민과 치열하게 씨름해야 유일무이한 스토리텔링이 열린다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예전에 다니던 회사도 해마다 가을이 되면 그 다음 해 신입 사원 채용 절차에 들어갔다. 나도 매해 면접관으로 채용 시즌을 치렀다. 하루 종일 한 거라곤 편한 의자에 앉아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들여다보며 몇몇 질문을 던지고 평가를 한 게 전부였지만 면접을 마치면 녹초가 되곤 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인지 그때 알았다. 하지만 면접관이라고 왜 긴장하지 않겠는가. 이 친구가 정말 관심과 애정이 있어 지원한 것인지, 이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인지, 뽑아놓으면 금방 그만두지 않고 오래 열심히 할 사람인지를 가늠하기 위해 요리조리 다양한 질문을 던지곤 했다.
한번은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데 몇몇 지원자가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나도 그들에겐 더 많은 질문을 던졌고 그들의 대답을 더 듣고자 했다. 반면 어떤 후보한테는 그저 그런 질문 한두 개를 던지고는 이내 관심을 접었다. 물론 그들 다 처음 본 사람들이고 한 사람당 면접 시간도 15분 내외로 조건은 같았다. 그런데도 어떤 이는 더 관심이 가고 얘기도 더 듣고 싶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지 나도 궁금했는데, 자기 언어를 가진 사람에게 관심이 간다는 게 내 결론이다. 자기 언어가 있다는 것은 그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만의 시선과 생각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은 쉬이 눈에 띄었고 다른 언어가 담아낼 다른 생각이 궁금했으며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나는 가르치는 사람의 일을 이렇게 정의하는 분을 본 일이 없다. 얼마나 신선하고 얼마나 다른가. 그리고 얼마나 진심이 느껴지는가. 이런 얘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유명한 사람들의 얘기를 여기저기 인용하며 마치 자신의 생각인 양 하는 이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런 표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모르긴 해도 무척이나 오래 그리고 진심으로 고민했을 거다. 학생들이 시와 가까워지도록, 그들이 어두운 밤길을 별도 없이 걸어야 할 때 시 한 편이 반짝이는 별처럼 그들 마음에 퍼질 수 있도록 고심하고 또 고심했을 것이다. 그러다 발견하게 됐을 거다. 아, 내가 하는 일은 간접 목적어가 직접 목적어를 좋아하게 하는 일이구나 하고.
누구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시대다. 관심이 명예가 되고 기회가 되며 돈이 되는 시대다. 어떻게 해야 관심을 받을까? 한 가지 방법은 자기 언어를 갖는 것이다. 똑같은 걸 똑같이 말하는 사람은 똑같아 보인다. 잘하지는 못해도 다른 걸 해야 살아남는 시대에 남과 똑같다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그럼 자기 이야기는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을까? 시작은 질문이 아닐까 한다. 질문을 가슴에 들이고 이건가 저건가 열과 성을 다해 생각해 보는 거다. 이를테면 이 일을 왜 하려 하는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언제 기쁘고 언제 슬픈지, 무엇을 옳다고 여기며 무엇을 부러워하는지, 자신에게 칭찬해줄 점은 어떤 건지, 무엇을 욕망하며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지….
나는 앞에서 자기 언어라고 표현했지만 실은 이것이 스토리텔링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이야기가 없거나 빈한한 것은 어쩌면 절실한 문제를 붙들고 충분히 씨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내 미련하게 씨름해 보시라. 그 끝에서 유일무이한 당신만의 이야기가 탄생할 것이다. 많은 것이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는 시대에 세상이 관심을 갖고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닌가 한다.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