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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날씨를 창조하는 수학자들

입력 | 2020-07-11 03:00:00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겨울왕국’은 1, 2편을 더해 국내에서 2000만 명 이상이 관람할 정도로 인기를 모은 애니메이션이다. 요즘 같은 찜통더위 속에서는 주인공 ‘엘사’가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영화에서 눈보라가 휘날리고 눈덩이들이 부딪쳐 산산이 흩어지는 모습들이 마치 실제 장면을 찍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공기나 물처럼 흐르는 것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겨울왕국’에서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미분방정식 덕분이었다. 이 방정식은 대기나 해류의 흐름, 태풍의 이동, 날씨의 예측, 오염 물질의 확산 등 거의 모든 흐르는 움직임을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한 것이다. 1822년 프랑스의 공학자 클로드 나비에가 유체의 운동을 직관적으로 설명한 방정식을 한 세대 후에 태어난 영국의 수학자 조지 스토크스가 수학적으로 완성했는데 바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Navier-Stokes equations)’이다. 하지만 이 방정식은 만들어진 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해(解)가 풀리지 않은 상태이다. 2000년에 미국 클레이수학연구소(CMI)가 이 방정식의 해법에 1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난제로 남았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비록 정확한 해는 아니더라도 근사치를 구해 사용하는데, 이것만으로도 날씨 장면을 실제처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표현력을 발휘한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 진출한 뛰어난 수학자들 덕분에 거친 파도나 태풍과 같은 복잡한 움직임을 표현하는 컴퓨터그래픽 영상들이 실제 영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응용수학 분야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가우스상을 수상한 캘리포니아대의 스탠리 오셔 교수는 유체의 흐름을 획기적으로 정교하게 표현하는 기법을 개발했고, 그의 제자인 스탠퍼드대 론 페드키우 교수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번에 걸쳐 과학기술상을 수상할 정도로 날씨 영상의 표현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기여했다. 페드키우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은 캘리포니아대 조지프 테런 교수는 날씨 영상 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겨울왕국’이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성과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쳐 영화 ‘해운대’(2009년)에서 초대형 지진해일(쓰나미)이 몰려오는 장면을 실제 촬영한 것처럼 제작할 수 있었고, ‘7광구’(2011년)에서도 바닷물이 잠수정으로 쏟아지는 장면을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영화 장면들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포함한 수많은 수학 공식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수학의 영역은 날씨 영상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날씨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