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서도 치열한 찬반 논쟁
한국에서도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이들이 속출하자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일부 지자체장들은 기본소득을 도입해 시민들이 생계에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이후 정부가 바통을 이어 받아 지급한 기본소득 성격을 지닌 긴급재난지원금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전 국민에게 지급하느냐, 하위 70%에만 지급하느냐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리며 상당한 내홍을 겪어야 했다.
4·15총선 과정에서 재난지원금 효과를 실감한 정치권은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기본소득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배고플 때 빵 사먹을 자유’를 언급하며 논의에 불을 붙였고, 여권도 이슈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가세하면서 본격화됐다.
연구원이 가정한 월 30만 원의 기본소득은 가장 낮은 수준의 최저생계비다. 해가 갈수록 최저생계비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이 늘어나는 걸 감안하면 기본소득은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2060년에는 현 30만 원 수준의 기본소득은 77만5000원이 된다.
김필헌 지방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용추산 결과 기본소득 총지급액은 향후 나타날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해 2060년에는 398조 원에 이르게 된다”며 “결론적으로 현재 논의되는 기본소득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막대한 재정 부담에도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건 갈수록 불안해지는 고용시장과 사회안전망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성장잠재력마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한국 고용시장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상당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나라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전해야 실직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생업에 매진할 수 있고 복지 측면에서 효과가 높다는 게 찬성 측의 논리다. 중구난방으로 퍼져 있는 복지 체계를 기본소득으로 일원화해 불필요한 행정비용의 낭비를 없앨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보다는 청년, 영아 양육가정 등 특정 계층에 소득지원을 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취업이 안 됐거나 취업했더라도 사회안전망에 들어가지 못한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게 현실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