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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재판부 “개인 이득 별로 없고 정치적 파산”… 10년 감형

입력 | 2020-07-11 03:00:00

‘국정농단-특활비’ 파기환송심
재판부, 직권남용-강요 무죄 반영… 2심보다 형량 줄여 징역 20년 선고
검찰 재상고 포기땐 총 22년 확정, 87세 되는 2039년 4월 만기출소




“판결 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피고인 안 나오셨죠?”

10일 오후 2시 40분 서울고등법원 302호 법정. 피고인의 자리는 텅 비어 있었지만 재판부는 판결 선고를 이어갔다. 2017년 10월부터 재판을 보이콧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마지막 재판이 될 수 있는 이날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10일 박 전 대통령에게 14개 혐의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6개 혐의에 대해서 징역 15년과 벌금 180억 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국고 손실 등 8개 혐의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추징금 35억 원도 명령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사건이 병합되기 전에 각각 선고된 형량을 합치면 징역 30년과 벌금 200억 원, 추징금 27억 원이었다. 2심과 비교하면 형량이 10년이나 감형된 것이다. 앞서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새누리당의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2018년 징역 2년이 확정된 판결과 합치면 총 22년의 징역을 선고받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통령으로서의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못해 이 사건 범행 등으로 국정에 큰 혼란을 가져왔고, 피고인이 원하는 바는 아니었겠지만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 전체에 분열과 갈등, 대립이 격화됐다”며 “그로 인한 후유증과 상처가 지금도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액은 별로 없고, 정치적으로는 파산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고 공직선거법으로 징역 2년을 이미 선고받았다”며 “형이 그대로 집행된다고 볼 경우 예정되는 시점에서의 피고인의 나이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017년 4월 구속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선고가 확정 판결이 될 경우 2039년 4월 만기 출소하게 된다. 68세인 박 전 대통령이 87세가 되는 해다. 앞서 2심에선 총 32년의 징역을 선고받아 97세가 되는 2049년 4월까지 수감됐어야 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국정 농단 사건 재판에서 뇌물과 직권남용 혐의를 함께 적용한 1, 2심과 달리 뇌물수수 혐의를 별도로 선고했다. 직권남용 혐의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와 합쳐 판결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이 국정 농단 사건의 경우 뇌물 혐의와 다른 혐의를 합쳐서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어긋나 위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서 선고하도록 한다.

이에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뇌물수수 혐의 부분만 따로 떼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016년 9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전달받은 2억 원이 뇌물 혐의에 추가돼 2심에서 인정된 뇌물 액수 86억 원에서 88억 원으로 2억 원 늘어났지만 형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미 뇌물 인정 액수가 컸기 때문에 형량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혐의인 국정원 특활비 상납과 직권남용, 강요 등에 대해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는 파기환송심에서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대부분 무죄로 판결했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인 최순실 씨(64·수감 중)의 상고심에서 기업과 경제단체 측에 출연금이나 계약을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 강요죄로 볼 수 없다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 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상고심에서는 직권남용 범위를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검찰은 재상고 여부에 대해 “우선 판결문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만약 검찰이 재상고하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박 전 대통령은 5번째 재판을 받아야 한다. 검찰이 재상고를 포기하면 이번 파기환송심 선고가 그대로 확정된다. 형이 확정되면 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오래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사면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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