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일회성 선거 이벤트에서 달달한 초코맛 제압하는 이변 중복투표 판정뒤 ‘초코맛 승리’ 귀결 젊은층 “공약 지켜라”… 끝내 제품화 한정판 품절 행진에 기업도 방긋
시식 체험단에 제공된 농심켈로그 ‘첵스 파맛’의 포스터. 농심켈로그 제공
16년 전인 2004년 첵스 초코는 어린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대통령 선거’ 이벤트를 진행했다. 초콜릿 맛을 대표하는 ‘밀크초코당’ 대통령 후보 ‘체키’와 파 맛을 대표하는 ‘파맛당’ 대통령 후보 ‘차카’를 내세운 선거로, 파를 싫어하는 어린이 입맛을 염두에 둔 답이 정해진 이벤트였다. 그런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재미 삼아 차카에게 몰표를 던지면서 차카가 체키를 수만 표 넘게 따돌리자 당황한 농심켈로그는 중복 투표 건을 삭제해 체키를 당선시켰다. 누리꾼들은 부정선거라고 항의하면서 “첵스 파맛을 출시하라”고 요구했다.
잠깐의 해프닝에 그쳤을 법한 첵스 파맛 사건은 그 당시 어린이였던 MZ세대가 집요하게 당시 사건을 소환하면서 이어졌다. 누리꾼의 장난으로 대파 맛 첵스가 출시될 뻔했다가 부정선거 때문에 무마됐다는 스토리는 ‘밈(meme·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특정 콘텐츠를 다양한 모습으로 패러디하며 즐기는 현상)’을 즐기는 MZ세대의 취향과 딱 맞아떨어졌다. 특히 첵스 파맛 스토리의 부정선거 테마는 공정성 이슈에 민감한 MZ세대에게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했다. 적극적으로 놀이에 임할 명분을 부여받은 MZ세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활발히 ‘첵스 초코나라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집요한 요청에도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첵스 파맛 제품을 선뜻 내놓지 못했던 농심켈로그는 밈이 점점 더 인기를 끌고 단맛과 짠맛이 어우러진 ‘단짠’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마침내 출시를 결정했다. 농심켈로그 관계자는 “오랜 기간 첵스 파맛에 보여준 소비자의 염원에 보답해야겠다고 판단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활동이 활발한 요즘이 출시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가수 비가 출연한 농심의 ‘새우깡’ 유튜브 광고. 농심 제공
농심은 지난달 ‘새우깡’ 모델로 가수 비(정지훈)를 발탁했다. 비가 2017년 발표한 노래 ‘깡’이 뒤늦게 열풍을 일으키면서 최근 MZ세대의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농심 관계자는 “소비자가 고객센터로 전화해 ‘비를 모델로 써달라’고 요청한 건만 100건이 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종합식품기업 팔도는 더 매운 맛의 비빔면을 출시해 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한정판 ‘괄도네넴띤’을 출시하기도 했다.
제품이 실제로 출시된 이후에도 소비자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첵스 파맛은 출시 전 시식단 모집에 1만4000여 명이 지원하는가 하면, 이틀 만에 온라인 채널에서 제품이 품절되고 대형마트도 일시 품절 사태를 겪었다. 팔도의 괄도네넴띤은 출시 2개월 만에 1000만 개가 팔렸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