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벨로스터N·벤츠AMG…짜릿한 소리·진동으로 타는 고성능차[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입력 | 2020-07-11 16:00:00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의 주제는 짜릿한 즐거움을 주는 운전입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출시한 ‘벨로스터N DCT’를 비롯한 고성능차에 대한 경험을 한번 이야기해보려는 것인데요.

저는 가족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표 중의 하나인 현대자동차 싼타페 오너입니다. 그리고 고속도로에 올라서기만 하면 자연스레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켜고 운전에 대한 피로를 크게 줄이는 주행을 선호합니다. 필요에 의해서, 이동의 수단으로 차를 이용하는 평범한 운전자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2년 가까운 기간 자동차 업계를 취재하다보니 이런저런 경험을 하게 됐고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점에 대해서 조금씩은 알아가는 기분입니다. 운전에서 재미를 찾는 것 역시 다양한 방식이 있겠습니다만 오늘은 고성능차에 대한 경험을 중심으로 얘기해 보겠습니다.

현대자동차의 품질 문제에 대한 지난번 휴일차담에 보내 주신 큰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현대차의 품질 문제는 소개할만한 내용을 더 찾아서 다음에도 또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GV80 결함의 원인과 노조까지 나선 현대차 품질 문제[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704/101818117/1

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전체 기사 보기
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 비어만이 구석구석 손 댄 벨로스터N DCT… “요란하게 달리는 즐거움”


얼마 전 현대차의 ‘벨로스터N DCT’를 시승했습니다. 고성능 모델인 벨로스터N은 수동변속기 모델이 나온 이후 운전을 즐기는 분들 사이에서 호평이 이어졌던 차입니다. 어떤 성능인지 궁금해 타보고 싶었지만 수동변속기를 능숙하게 조작할 자신이 없어서 못 타본 차이기도 했습니다.

경기 포천시 여우고개에서 주행해 본 벨로스터N DCT.



최근 습식 DCT(더블클러치변속기) 모델이 나오면서 수동변속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고 시승을 요청하고 제법 기다린 끝에 비로소 차를 몰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늘색과 비슷한 전용색상 ‘퍼포먼스 블루’ 색상의 차를 시승했습니다.

최고출력 275마력에 최대토크 36.0kgf·m. 시승기를 쓸 때마다 이런 숫자로 성능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사실 체감하는 주행성능은 이런 숫자로는 보여주기가 힘이 듭니다. 제가 느낀 벨로스터N DCT를 한 줄로 요약해보자면 “요란하게 달려보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차” 정도가 되겠습니다.

벨로스터N DCT가 서킷을 달리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고성능차를 타는 만큼 스포츠 모드 혹은 N 모드로 주로 주행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소리와 진동이었습니다. 으르렁거리는 엔진소리와 배기음 그리고 빠방빠방 터지는 후연소음. 그리고 이런 소리가 커질 때마다 운전석에는 만만치 않은 진동이 전해졌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우우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크지 않은 차체가 바로바로 앞으로 치고 나갑니다. 그리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펑펑 터지는 후연소음이 쿵쿵거리는 진동을 함께 전하면서 마음껏 달리는 주행을 이어가 보라고 부추기는 것 같았습니다.

차를 잘 느껴보기 위한 주행은 자유로와 경기 포천시의 여우고개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껏 달려보는 자유로 주행에서는 상당한 고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빠르게 속도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성능 차는 하체를 단단하게 세팅할 수밖에 없습니다.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것과는 반대의 길이지만 코너링 능력을 높이려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고속 주행에서는 자동차 자체의 소리, 진동과 더불어 딱딱한 서스펜션을 통해 울퉁불퉁하게 그대로 전해져오는 노면의 질감 역시 전반적인 떨림을 더했습니다. (물론, 이런 노면 상태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벨로스터N DCT. 현대자동차 제공



NGS(N Grin Shift) 버튼으로 20초 동안 추가적인 가속력을 얻는 기능은 만화영화 같은 재미를 주기도 했는데요. 속도를 더 빠르게 높이기 위해, 혹은 순간적인 추월을 위해서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차피 제한속도가 있는 일반 도로 주행에서는 기존의 주행 능력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NGS 기능을 넣는 것에는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의 생각이 직접 반영됐다고 합니다.

20초라는 한정된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동그란 원으로 보여주는 이미지까지 비어만 사장이 구상했다고 하니 고성능차에 비어만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겠습니다.

벨로스터N DCT 차량 핸들에 마련된 NGS 버튼. 현대자동차 유튜브 영상 캡처



여우고개에서의 와인딩에 대해서는 딱히 평가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몰아보는 정도의 주행에서는 당연히 예상을 전혀 벗어나지 않는, ‘변수 없는’ 코너링으로 자연스러운 주행을 이어갔습니다.

저는 어차피 전문 드라이버가 아니고 여우고개는 서킷이 아니라 공도입니다. 위험한 주행을 시도할 이유도,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이지요. 앞차가 있으면 천천히 주행해서 먼저 보내고 조금 속력을 내보는 식의 산길 주행이었는데 차는 매순간 안정적이었고 차와 몸이 이리저리 쏠리는 느낌을 과격하지 않은 수준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소리와 진동’으로 운전의 재미 발산하는 고성능차


많은 브랜드가 현대차의 N과 같은 고성능 모델을 훨씬 일찍 내놓았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BMW의 M, 미니의 JCW 등입니다. 기존 차량을 기본으로 활용하되 엔진과 변속기 등에 변화를 주면서 동적 성능을 크게 높인 경우가 많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AMG 라인의 차량이 주행하는 모습.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AMG 라인에서 다양한 차량을 갖춘 메르세데스벤츠는 종종 AMG 차량만을 이용한 행사를 열곤 합니다. 저도 지난해에 AMG 라인의 차량 여러 대를 지난해 경기 용인시의 AMG스피드웨이에서 직접 몰아볼 수 있었는데요.

AMG 차량들이 서킷에서 시속 20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속도로 달리면서도 과격한 코너링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거리 직선주로 경주로 가속력을 테스트하는 드래그 레이스 등 서킷에서는 다양한 주행을 통해서 차량의 성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AMG 라인의 차량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미니의 고성능 라인인 존쿠퍼웍스(JCW)에서도 상당히 재미난 주행 성능을 느껴본 적이 있는데요. 4기통 2.0L 트윈파워 터보엔진으로 231마력의 최고 출력과 32.7kgf·m의 최대 토크를 내는 ‘뉴 미니 JCW 컨버터블’은 작은 몸집으로 경쾌한 후연소음을 즐기는 주행이 주는 즐거움을 잘 보여줬습니다.

6기통 엔진의 AMG 차량들과 미니 JCW, 럭셔리 브랜드 마세라티의 기블리…

고성능을 강조하는 이런저런 차들을 타보면서 느낀 점도 사실 ‘벨로스터N DCT’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몸이 왈칵거리게 튕겨져 나가는 가속력과 더불어서 온 몸을 두드리는 것은 차들이 가진 특유의 소리와 진동이었습니다. 기블리는 마세라티의 엔트리 카에 해당하지만 ‘중후해서 매력적인’ 엔진음과 배기음이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줬습니다.

실제 경주용 차량에 조수석을 마련하고 주행을 체험해보는 ‘택시 드라이빙’ 경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헬멧을 쓰고 자리에 앉는 순간 쿵쿵쿵쿵 온 몸을 울리는 소리와 진동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전기차 시대, ‘소리와 진동’은 점차 사라질까?


벨로스터N DCT 시승을 마무리 지으면서 저는 이런 ‘소리와 진동’이 앞으로, 특히 전기차 시대에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벨로스터N DCT도 전자식 밸브를 작동해 사운드의 톤과 크기를 조절하는 ‘전자식 가변 배기 기술’과 스피커가 동원된 가상의 엔진음 등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고성능 내연기관차이기에 기본적으로는 엔진 소리와 배기음 등 원래 나오는 소리가 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진동 역시 차량 주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들이고 배기 기술 등은 기존의 소리를 더 멋지게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튜닝’ 개념입니다.

하지만 전기차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배터리의 전류 흐름이 소리를 만들어낼 리가 없고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 정도가 전부입니다. “너무 조용해서 차가 오는지 알아차릴 수 없다”는 이유로 일정한 크기 이상의 소리를 일부러 만들어내야 한다는 규정이 생길 정도입니다.

만들어 지지 않는 소리와 진동을 전기차에서 일부러 만들 필요는 없으니 우리가 수십년 이상 도로에서 들었던 배기음은 점차 사라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조금 더 조용한 도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또 일부에서는 과거의 소리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벨로스터N DCT의 ‘빠바방’하는 후연소음도 실은 ‘과공급된 연료가 배기관 끝에서 폭발’하는 과거의 진짜 후연소음과는 다른 방식으로 구현되는 소리이지요. 내연기관차 특유의 소리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따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본격화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전기차 영역에서는 이미 ‘포뮬러 E’라는 자동차 경주 대회가 만들어진 상황입니다. 기존의 F1 경주가 과도한 소음을 만들어내고 환경적으로도 유해하다는 것이 ‘포뮬러 E’의 주장입니다. 포뮬러 E 경주에서는 날카로운 톤으로 ‘위이잉’거리는 소리가 F1과는 전혀 다른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이 소리에 적응할 지도 모릅니다.

포뮬러E 챔피언십 경기 모습.



어찌됐건 아직 저는 내연기관차 시대의 운전자인 듯합니다. 적지 않은 차를 몰아 봤지만 종종 다시 생각나는 차들이 바로 오늘 언급한 차들입니다.

뉴 미니 JCW 컨버터블은 시내주행에서 날렵한 움직임과 민폐가 아닌 것 같은 수준의 팝콘 튀는 후연소음으로 종종 생각나는 ‘펀카’입니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즐거운 드라이빙을 해보고 싶을 때는 ‘벨로스터N DCT’의 운전대를 잡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짜릿한 주행을, 조금 고급스럽게 해보고 싶다면 메르세데스벤츠 AMG 라인의 차들이 생각나겠지요.

운전을 ‘스포츠’로 접근하기에 한국의 여건은 아직 여의치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안전하고 재미있게 차를 몰아볼 수 있는 서킷과 프로그램이 조금씩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한번쯤은 ‘재미있고 짜릿한 차’에 눈길을 주는 것도 즐거운 경험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차의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 등 운전의 즐거움을 느껴보는 프로그램들이 국내에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