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모습. 2019.7.10/뉴스1
‘올해보다 840원(9.8%) 오른 9430원이냐, 90원(-1.0%) 낮춘 8500원이냐.’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한 주가 다가왔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의 1차 기한으로 정해둔 13일 노사 위원들을 소집한다.
심의의 쟁점은 경영계 ‘삭감안 철회’ 여부다. 노동계는 이번에도 경영계가 삭감안을 고수할 경우 심의를 보이콧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2일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다음 주 월요일인 오는 13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제8차 전원회의가 열린다.
이날은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앞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의 1차 시한으로 제시한 날이다.
지난 9일, 최저임금위 제6차 전원회의에서는 노사 간 파열음이 불거졌다.
노사가 각자 1차 수정안 제출을 마친 뒤, 경영계의 삭감안을 확인한 노동계가 회의실을 박차고 나선 것이다.
결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 중 4명만 남아 심의를 지속했으나, 이들 역시 수정안 제출 직후 항의의 의미로 퇴장해 복귀하지 않았다.
이에 박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은 남은 사용자위원들과 심의를 계속하려 했다. 심지어 계획대로 자정을 넘긴 시점에 제7차 전원회의로 차수 변경까지 하며 논의를 이어가려 했으나, 노동계 부재로 인해 실질적 진척 없이 바로 산회했다.
7차 회의가 ‘무결실’로 끝나자, 공익위원들은 노사 합의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공익위원들은 “노사가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며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면서 “노사 양측이 (오는 13일 열릴) 제8차 전원회의에서 협상 가능한 현실적 수정안을 제출해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난 6차 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의 1차 수정안으로 각각 9430원(9.8% 인상)과 8500원(1.0% 삭감)을 제출했다.
노동계가 최초 요구안인 1만원에서 570원을 낮추고, 경영계는 최초 8410원에서 90원을 올렸다. 그럼에도 양측 격차는 930원에 달한다.
지난 회의 때 공익위원들의 만류에도 경영계가 삭감안을 고수한 것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대한 동결 수준으로 이끌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된다.
경영계 안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진영에서 내년 최저임금의 삭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으로 참여 중인 소상공인연합회에 “자신의 기득권과 알량한 정치생명에 최저임금을 볼모 삼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현재 최저임금위가 파행에 이르게 된 이유는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삭감을 지금까지도 철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 안에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도 박준식 위원장은 13일 최저임금 의결을 시도할 전망이다.
그러나 경영계가 삭감안을 철회하지 않고 이에 노동계가 추후 심의를 또다시 보이콧한다면, 13일 의결은 불가능하다.
최저임금위는 노사 어느 한 쪽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어떤 의결도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2회 이상 출석 요구에도 어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참을 지속한다면 최저임금 의결이 가능하다.
최저임금위는 과거에도 위원장 권고 기한을 넘겨 논의를 이어간 전례가 많다. 그러한 점에서 올해도 13일(8차) 이후 제9~10차 전원회의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반대로 경영계가 삭감안을 포기한다면, 협상이 재개돼 목표대로 13일 의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한 1988년 이래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을 표결 없이 합의로 의결한 경우는 7차례에 불과하다.
나머지 26번이 노사나 공익위원 안을 표결에 부쳐 의결한 경우다. 특히 노사 일방이 최종 표결에 불참한 경우가 2019년 적용 심의를 포함해 17차례(경영계 9번, 노동계 8번)나 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