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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박원순 시장 서울특별시葬은 옳지 않다

입력 | 2020-07-13 00:00:00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특별시장(葬) 장례위원회는 오늘 오전 발인을 한 뒤 온라인 영결식을 진행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장례위원은 세 명의 공동위원장을 포함해 1500명 정도로 구성됐다. 시민분향소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법원은 우파단체가 낸 서울특별시장(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어제 각하했다. 그러나 서울특별시장에 반대하는 국민청원도 이틀 만에 50만 명을 넘어섰다.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3선(選) 서울시장 등을 지낸 박 시장의 지난 이력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극단적 선택 직전에 서울시 여직원에 의해 성추행 혐의로 피소당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장은 재직 시 사망에 따른 예우라고 설명하지만 공무를 수행하다가 순직한 것이 아닌 점엔 눈을 감았다. 더욱이 개인의 성 추문으로 촉발된 사건인데도 대규모 장례위 구성을 지켜보는 서울시민들의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 시장은 18년 전 미리 써놓은 유언장에서 “내 부음조차도 많은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조용하고 소박한 장례를 희망했다. 장례절차를 둘러싸고 논란의 도마에 오르게 하는 것보다는 검소하고 조촐한 가족장이 진정으로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판국에 일부 누리꾼들은 성추행 고소인의 신상 털기를 시작했고, SNS에 확인되지도 않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사태의 책임을 성추행을 고소한 피해자 잘못으로 몰아가는 2차 가해나 다름없다. 게다가 집권당 대표는 여당의 성 추문 대책을 묻는 기자에게 “××자식”이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나 유명인이 감당하기 힘든 사건에 직면했다고 해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살률 세계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명인의 죽음은 대중적 전염성이 강하다. 더구나 극단적 선택 이후 시시비비가 흐려지고 자살을 미화하거나, 정반대로 더 심한 모욕의 대상으로 삼는 현상은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박 시장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울린 또 하나의 경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