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한 기자, 욕설한 與 대표… 둘 중 누가 욕 들을 만한가 여권서 文 비판은 사실상 금기, 朴보다도 더 ‘제왕적 대통령’ 된 文 집권세력 ‘운동권 권위주의’ 못 버려
박제균 논설주간
검찰 일각에선 워낙 근거자료 없이 주먹구구로 회계를 운영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기업 수사할 때 탈탈 털어내는 검찰의 능력으로 볼 때 엄살로 들린다. 이번 달 검찰의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장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더 바짝 조여 이른 시일 내에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윤미향 사태를 ‘된통 소나기 한번 맞고 지나간 일’로 치부하려는 작태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역사는 진보한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요즘처럼 이 명제(命題)에 회의가 드는 때가 없었다. 역사가 진보하는 방향이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권력을 분산하는 쪽이라면 거꾸로 가는 것만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무엇보다 기존 권위를 거부했던 좌파 집권세력이 훨씬 더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인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권위적인, 너무도 권위적인 그의 언행은 문재인 정권 들어 두드러진 좌파 권위주의와 무관치 않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사반세기를 지나 등장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어느 전임자보다 제왕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였다. ‘파출소 지나고 경찰서 만난다’고 했던가.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 부르짖으며 권력을 잡은 문 대통령은 박근혜보다도 더 제왕적인 대통령이 돼버렸다.
단적으로 현 여권에서 대통령 비판은 사실상 금기다. 누구라도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털끝이라도 건드렸다간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숨 막히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 때는 집권 3년차에 벌써 여당의 원내대표가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기라도 했다. 민심을 청와대에 전해야 할 여당에서조차 감히 문 대통령을 비판할 엄두조차 못 내는 것이 바로 역사의 퇴보가 아니고 뭔가.
그래도 집권 초기에는 인간 문재인의 소탈한 모습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 많았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경청의 달인’이라던 문 대통령은 기껏 경청하고 ‘내 맘대로’ 하는 새로운 통치 스타일을 선보였고, 그러면서 여권 내에서도 점점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어느덧 집권 후반기를 넘어서면서는 역대 권력자처럼 듣기보다 말하기를 앞세우는 모습을 보인다.
그 결과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 ‘때로는 광화문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는 취임사의 약속은 모두 식언(食言)이 됐다. 결국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는 말도 공약(空約)이 돼버렸다.
말로는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행동은 집단주의 전체주의다. 그러니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강민정 현 의원 사례에서 보듯, 털끝만 한 이견도 용납하지 않는 기류에 눌려 누구 하나 찍소리 못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무리하고 황당한 인사와 입법, 정책을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기차에 탄 사람들은 그 폭주의 끝이 어디일지 두렵지만, 폭주를 막을 이들도 그 사람들밖에 없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