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그는 1990년대 이미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정보통신기술 주도의 경제성장을 예측한 공로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의 접목은 노동을 이용한 제품의 생산보다 훨씬 더 큰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형태가 되고 있다. 로머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지식재산권과 특허를 제도적으로 잘 정착시키는 것이 국가의 경제성장에 필수라고 강조한다.
미국 뉴스 채널에서 최근 미국의 혼란에서 1960년대 후반을 떠올리는 논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당시 미국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암살과 베트남전 등 정치 외교적 문제뿐 아니라 수질 및 대기질 악화 등 환경 문제도 최악에 이르는 상황까지 겪었다. 이 당시 미국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됐던 승용차에 관련한 특허 전쟁이 벌어진다. 유진 후드리는 1930년 일산화탄소나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을 엔진에 무리 없이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 촉매변환장치를 개발해 1956년 미 정부의 특허권을 받게 된다. 당시 극심한 스모그에 시달렸던 캘리포니아에서 후드리의 촉매변환장치를 가장 먼저 시험했는데 엔진 노킹을 방지하기 위해 납을 첨가한 유연 휘발유로 인해 이 장치의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가 지적됐다.
GM 회장을 지낸 애드 콜(1967∼74년 재임)은 GM에서 엔지니어로 승진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 기술을 통한 혁신을 믿는 기업인이었다. 그는 주주들과 정유 회사들을 설득해 납 첨가제를 포기하고 촉매변환장치를 도입해 자동차의 친환경성을 높인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일련의 자동차 발전사를 기술하며 환경전문 기자인 베스 가디너는 미국의 자동차 3사에 ‘주저하는 혁신가’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들이 결단을 내렸다면 빠르게 대기질이 좋아졌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못해 혁신을 수용한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1970년대 후반 오일 쇼크를 지나 1980년대 들어 신기술로 중무장한 일본차 회사들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실험실에서 제한적으로 성공한 기술을 바탕으로 대기 중 미세먼지를 제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인터뷰도 종종 읽는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검증된 기술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전기 생산 비중을 살펴보면 대기오염 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도 아파트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국민에게 아직 언감생심인 경우가 많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점을 연결하라”고 했다. 혁신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흩어져 있는 지식과 기술을 효과적으로 종합하는, 즉 점을 연결해 완성된 그림을 만드는 아이들의 퍼즐 같은 것이라는 통찰이다. ‘주저하는 혁신가’만큼이나 ‘실속 없는 공상가’ 또한 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skim.aq.201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