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前서울시장 장례]조문-영결식 놓고 사회분열상 노출
서울광장 분향소 조문 행렬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분향소에 시민들이 조문을 하기 위해 둥근 잔디밭 주변으로 길게 줄을 서 있다. 박 전 시장 분향소는 13일까지 운영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박 전 시장 장례위원회가 13일 영결식을 온라인으로 축소 진행하는 것도 이런 상황 변화를 감안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영결식’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때문”이라지만, 당초 장례위원회는 13일 오전 발인 후 서울시청 앞에서 노제를 여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 동안 빈소를 찾은 여권 인사들은 박 전 시장의 업적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어갔다. 12일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잘 살아온 사람이 마지막에 그렇게 (한 것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를 개혁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며 “인간이 다 비슷비슷한 건데 너무 도덕적으로 살려고 하면 다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정말 존경하고 마음이 따뜻하고 신념에 찬 분인데 갑자기 이렇게 가게 돼서 너무나 참담하다”고 했고, 이석현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얼마나 괴로웠으면 죽음을 택했을까. 지인이 죽으면 조문이 도리. 조문도 않겠다는 정당이 추구하는 세상은 얼마나 각박한 세상일까”라고 적었다. 전날 빈소를 찾은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피해자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똑같은 이유로 박 전 시장의 업적 또한 충분히 추모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문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류호정 장혜영 정의당 여성 의원들의 SNS는 여권 지지자들의 인신 공격과 비난 댓글로 도배됐다.
박원순 前시장 아들 주신씨 英서 귀국해 빈소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가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박 씨는 2012년부터 영국에서 머물다 부친상의 상주 역할을 하기 위해 8년 만에 귀국했다. 뉴스1
전날 박 전 시장 조문 계획을 전면 보류한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백선엽 장군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시장 조문은) 건전한 상식으로 판단해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통합당 의원 48명은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3선 서울시장이라는 큰 산에 맞선 두려움으로 인해 수년 동안 용기를 내지 못한 피해자를 사회가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통합당은 20일 열리는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 청문회에서 박 전 시장을 둘러싼 의혹을 논의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당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공소권 없음’이라고 해서 사안을 그냥 없었던 일로 하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윤다빈·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