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도’ 연상호 감독-주연 강동원

631부대와 총격전을 벌이는 정석(강동원). 영화 ‘반도’에서 권력을 잡은 631부대는 타지 사람들을 붙잡아 좀비와 격투를 시키고 생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사람에게 생필품을 거는 도박을 벌인다. NEW 제공
○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사라진 세상’

애니메이션 ‘서울역’, 영화 ‘부산행’에 이어 ‘반도’로 좀비 묵시록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는 연상호 감독(왼쪽 사진). ‘반도’의 주인공 정석 역의 강동원. NEW 제공
연 감독은 이렇게 입을 뗐다. 반도는 부산행 4년 뒤의 한반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좀비와 인간의 대결보다 생존만을 목표로 살아보니 인간성 대신 야만성을 키운 인간과, 혼돈 속에서도 휴머니즘을 잃지 않은 인간의 대결이 더 선명하게 와 닿는다.
“제목을 ‘부산행2’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어요. 하지만 반도는 부산행과 독립된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더 진화한 좀비를 보여주기보다 폐허가 된 땅에서 생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려 했죠. 권력을 잡은 631 부대원들은 좀비보다 더 좀비 같아요. 인간과 좀비,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연 감독은 한국에서 제대로 된 포스트 아포칼립스(거대한 재해나 초자연적 사건으로 인류와 문명이 멸망하는 모습을 그린 장르)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폐허가 된 땅’을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로 구현하기 위해 1년이라는 프리 프로덕션(사전 제작 기간)을 거쳤다.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는 상상력이 뛰어난 연 감독은 반도 이후의 이야기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은 이야기가 끝없이 나올 수 있는 소재예요. 반도 이후를 다룬 영화가 나온다면 제목이 ‘반도2’는 아닐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해요. 하하.”
○ “한국 최초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꼭 출연하고 싶었다”
연 감독의 설명처럼 부산행과는 완전히 다른 색의 영화였기에 강동원도 반도를 탈출했다가 다시 발을 들인 전직 군인 정석의 역할을 고민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후속편은 배우로선 호기심이 덜 자극되는 편이긴 해요.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고 시나리오를 읽으니 한국에선 처음인 포스트 아포칼립스여서 보는 재미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부산행과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또 다른 세계관으로 확장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강동원은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 수차례 놓이게 되는 정석의 감정과 심리 묘사에 신경을 썼다.
“정석의 감정선에서 변곡점이 크게 세 군데 있어요. 처음 배를 탔을 때, 자신이 도움을 주지 못했던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때,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전과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행동할 때이죠. 정석은 평범한 캐릭터지만 감정을 잘 드러내기 위해 신경 썼어요.”
“필요한 장면을 머릿속에 담아와 빠르게 촬영을 끝내는 연 감독 스타일 덕분이었죠. 오후 3시까지 잡힌 촬영이 정오에 끝나는 경우도 있었어요. 연 감독이 ‘사람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좋은 작품을 찍고 싶지는 않다’고 하시더군요. 모두 행복했던 현장이었어요.”
185개국에 미리 판매된 반도는 이달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개봉하고 다음 달 7일 북미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최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테넷’이 개봉을 연기하면서 반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극장에서 개봉하는 첫 영화가 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