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자이자 ‘퀴어 서사’로 주목받는 소설가 김봉곤 씨가 지인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동의 없이 자신의 소설에 그대로 옮겨 써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작품은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단편 ‘그런 생활’로 성(性) 소수자로서의 일상 및 동성 연인과의 관계를 그렸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출판편집자 ‘C누나’와 카톡을 통해 성적인 대화를 가감 없이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다. 문제는 소설 속 C누나가 실존인물로 주변 지인들이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고, 김 씨가 실제 나눈 카톡 대화를 이 인물의 동의도 받지 않고 게재했다는 것.
C 씨는 이 소설이 문예계간지 ‘문학과 사회’ 2019년 여름호에 게재된 직후부터 김 씨에게 수정을 요청했고 개인 SNS를 통해서라도 사과해달라고 했지만 외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설은 올해 출간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과 김 씨의 소설집 ‘시절과 기분’(창비)에 수록돼있다.
이어 “(내가) 변호사를 선임한 다음에야 (김 씨가) 원고를 수정했으나 수정한 사실을 공지해달라는 요청은 지금까지도 무시당하고 있”다며 “소설 속에 영원히 박제된 수치심이 김봉곤 작가의 당사자성과 자전적 소설의 가치보다 정말 못하고 하잘 것 없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 트윗은 8000회 넘게 리트윗 됐고 문학동네와 창비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소설가 김초엽 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소설의 가치가 한 사람의 삶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피해를 본 한 사람이 실존하는데도 이렇게 사과 없이 무대응하는 출판사와 작가분, 그리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일부 문단 사람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논란이 번지자 김 씨는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피해자가) 직접적으로 수정 요청한 적이 없다고 기억했지만 소설을 쓰는 과정이나 방법에서 상처를 줬다면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 직접 사과하고 5월 이후엔 모두 수정본으로 발행했다”며 “일상 대화를 세심히 점검하지 못한 점, 저의 글쓰기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작가로서 더욱 민감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