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진흥위, 2009∼2018년 한국영화 분석|여성 캐릭터 어떻게 변했나 다큐·애니 등 제외한 468편 조사 2016년 여성감독·주연 비중 최고 2018년 남성 위주 작품 가장 많아
영화 ‘암살’ 전지현. 사진제공|쇼박스
전지현의 ‘암살, 손예진의 ‘비밀은 없다’, 공효진·엄지원의 ‘미씽:사라진 여자’…. 전지현은 여성 주연작 중 역대 최고 흥행작인 2015년 ‘암살’로, 여성감독들이 크게 활약한 2016년 손예진과 공효진·엄지원은 ‘비밀은 없다’(이경미)와 ‘미씽:사라진 여자(이언희)로 호평 받았다. 모두 개성 강한 캐릭터 덕분이었다.
하지만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흥행 50위권 영화의 절반이 “이름이 있는 여성 캐릭터가 둘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배경에 가까운 인물이거나, 남성으로만 구성된 동성 집단에 구색 맞추기 정도로만 존재”에 머물렀다. 여성 캐릭터가 그만큼 부수적 역할에 그쳤다는 말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한국영화의 성 불균등 및 불평등 실태를 담아 최근 내놓은 ‘한국영화 성평등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보고서 중 캐릭터 성인지 분석 내용이다. 여전히 남성 역할에 기대는 제작현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스크린 속 여성 활약 ↔ 장르 다양성
매년 흥행 50위권 영화 중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등을 제외한 468편에서 “한 번이라도 남성 인물에 종속되지 않는 대사와 기억할 만한 역할을 갖고 있는 여성 인물이 존재”하는 작품은 237편으로 50.6%였다. 그 비중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14년과 2016년이다. 특히 2016년 ‘덕혜옹주’, ‘비밀은 없다’, ‘미씽:사라진 여자’ 등 여성감독(전체 16.4 %·흥행 50위권 13.6%), 혹은 여성 주연(전체 40.7·50위권 36.4%) 영화의 비중은 역대 최고였다. 보고서는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고 (스릴러, 드라마, 판타지 등)장르가 다양”했다는 데서 배경을 찾았다. 남성이 주요 인물인 범죄, 스릴러 등 장르가 압도한 2017년과 2018년 상황과도 연관된다. “여성 서사가 남성에 종속되는 비율”이 2018년 28.9%로 최고치였고, 2010 년 27.1%와 2017년 26.7%였다. 실제로 이때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브이아이피’, ‘범죄도시’, ‘독전’ 등 범죄액션물이 쏟아졌고, 여성감독과 여성 주연이 크게 활약하지 못했다. 그만큼 장르와 여성감독·여성 캐릭터의 활약상이 맞물려 서로 영역을 넓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카메라 앞과 뒤
“제1 주연”이 여성인 영화도 2016년 39.4%로 최고치, 2017년 13.3%로 각각 최고·최저치였다. 또 2017년과 2018년 여성 주연작의 평균 관객수는 2016년 37만여명에서 각각 16만7000여명, 29만여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여성감독과 여성 주연작이 많을수록 흥행작도 나온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제작현장에서 최종 결정권을 갖는 감독의 여성 비율이 높아지면 여성 주연작 비율도 상승”하고, 이는 “재현의 영역인 카메라 앞과 인력 구성의 영역인 카메라 뒤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또 보고서는 여성 캐릭터 나이대 20·30대(71.9%)와 남성 30·40대(74.8%)의 ‘남고여저’ 현상 등을 통해 “여성 캐릭터가 성숙함이나 원숙함을 덜 가질 수 있고, 여성 캐릭터의 젊음이 남성인물과 비교해 더 중요한 서사적, 시각적 가치를 갖는다”고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