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드디어 메뉴가 정해졌고 스님 한 분이 알바생에게 “저희 주문하겠습니다. 커피 두 잔, 그린티 라테 한 잔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주문하신 스님께서 “저는 아이스로 하겠습니다. 스님은?” 그러자 그분은 또 고민에 잠기셨다. “어 저는… 뜨거운 거, 아니, 아이스… 아니 … 그냥 뜨거운 걸로 하겠습니다.” “그럼 그린티 라테는 뜨거운 걸로 할까요? 차가운 걸로 할까요 스님?” “어… 음, 저는 아이스 하겠습니다.” 정말 신중한 선택이었다. 스님 한 분께서 정리해서 다시 알바생에게 전달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뜨거운 커피 한 잔, 아이스 그린티 라테 한 잔 주십시오.”
알바생은 다시 한번 질문했다. “사이즈는 어떻게 드릴까요?” “사이즈요? 두 분 스님은 어떠세요? 그란데 사이즈로 셋 다 할까요?” “아니요. 음… 저는 그냥 작은 사이즈면 됩니다.” “저는 그란데 하겠습니다.” 스님은 다시 정리했다. “아이스커피는 그란데 사이즈, 뜨거운 커피는 톨 사이즈, 그린티 라테는 그란데 사이즈로 하겠습니다.”
이번엔 오해에 관한 이야기다. 평소 자주 가는 닭 요리 식당에 갔는데 맛집으로 이름난 곳이라 그날도 손님이 많았다. 젊은 커플이 들어와 우리 옆자리에 앉았다. 그 커플도 닭 한마리를 주문하더니 “너무 비싸다. 맛집 맞아?”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렸다. 단골집이라 그 커플이 떠드는 소리가 계속 귀에 거슬렸다. 괜한 오지랖이 발동했고, 닭은 먹는 둥 마는 둥 그 커플이 어디로 가는지 계속 곁눈질로 살피고 있었다. 그 커플이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길래 안심하고 잠시 닭다리를 뜯었는데 아뿔싸!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커플이 사라지고 없었다. 닭은 끓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 커플이 도망간 것 같았다. 사장님께 얘기할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다. 그 사이 10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여전히 아무도 없는 자리에 닭만 펄펄 끓고 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사장님께 말씀드리려는 찰나 그 커플이 아이스커피 세 잔을 들고 들어오더니 “사장님 드세요. 지갑을 안 가져와서 잠깐 차에 갔다왔어요”라며 커피를 건넸다. 나는 머쓱해서 다시 내 앞접시에 코를 박고 먹던 닭다리를 뜯었다. 오해하지 말자. 정말 마지막까지 기다릴 자신 없으면 오해하지 말자.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