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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양 고속도 터널만 63개… 마음 들뜬 휴가길 안전 ‘빨간불’

입력 | 2020-07-14 03:00:00

[생명운전, 멈추고 늦추자] <8> 고속도로 사고 잦은 구간 분석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해마다 교통사고가 많이 나는 구간에선 특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2013년 10월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여주휴게소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여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8일 오전 경기 용인시의 경부고속도로 신갈 갈림목(JC).

평소에도 ‘악명 높은’ 교통체증 구간이지만, 평일 출근시간이 지났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갈림목에 들어서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차량들이 빵빵거렸다. 특히 영동고속도로에서 경부선으로 합류하는 구간은 딱 봐도 험악했다. 갑작스레 화물차가 끼어들다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뒤따르던 승용차는 신경질적으로 10초가량 경적을 울려댔다.

7월 여름 땡볕이 내리쬐며 고속도로가 또다시 달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객들이 국내로 몰리고 있어 더욱 체증과 사고가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한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특히 운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고속도로 마의 구간’들을 살펴봤다.


○ 경부선 헬게이트와 서울∼양양 터널

고속도로 중 가장 사고가 많이 나는 노선은 누구나 예상하듯 가장 긴 경부선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총길이가 441.7km인 경부선은 2015∼2019년 5년 동안 사고 2249건이 발생해 219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갈 갈림목에서 수원신갈 나들목(IC), 동탄 갈림목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경부선에서도 가장 혼잡하다. ‘헬게이트(지옥문)’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1일 평균 통행량이 약 25만 대 수준으로 원체 통행량이 많다. 합쳐지거나 나눠지는 도로까지 많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도로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 구간에서 사망 및 중상 사고만 41건이 벌어졌다. 가벼운 접촉사고까지 헤아리면 100건을 훌쩍 넘는다. 길이는 경부선 전체의 4%(약 19km) 정도인 구간에서 약 17%의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셈이다.

특히 이 구간을 둘러싼 ‘양재 나들목∼금곡 나들목’ ‘안성 갈림목∼안성 나들목’ 등 수도권 경부선은 다른 구간보다 추돌 사고가 잦다. 홍성민 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나들목 간 거리가 좁다 보니 유출입 차량이 엇갈리며 사고가 많이 나는 경향이 있다”며 “주행 속도가 제각각인 차량들이 섞여 있는 것보다 1차로는 추월차로로, 2차로는 주행차로로 이용하는 등 차량 간 교통 흐름을 맞춰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과 부산 사이에 지옥문이 있다면, 서울과 속초·강릉을 잇는 서울양양고속도로엔 끝없이 이어지는 터널들이 위험 요소다. 총길이가 10.965km에 이르는 국내 최장 터널인 ‘인제양양터널’을 포함해 길고 짧은 터널을 63개나 지나쳐야 한다. 비교적 곧게 뻗은 단조로운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이상 밟으며 어두컴컴한 터널들을 지나가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 가운데는 의외로 기본적인 교통법규조차 지키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고 전했다.

이 고속도로의 터널들은 인제양양터널과 기린6터널(길이 2.6km)을 제외하면 모두 터널 내 차선 변경이 금지돼 있다. 터널에선 외부 풍경이 보이지 않다 보니 속도 체감이 쉽지 않아 과속하는 경우가 잦다. 게다가 사고가 나면 연쇄추돌로 이어져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 때문에 터널 내 차선 변경은 절대 피해야 한다.

하지만 7일 전후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둘러본 결과, 터널에서도 차선을 변경하는 ‘얌체족’들은 쉽게 눈에 띄었다. 심지어 1차로를 가다가 앞 차량을 앞지를 욕심에 갑자기 2차로로 변경하는 차들도 있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터널은 진입·출 때 밝기가 급격히 달라지며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어려워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며 “터널 운전 시엔 꼭 선글라스를 벗고 전조등은 켠 채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 고속도로 2차 사고는 치사율 높아

고속도로에서 또 주의해야 할 사고가 있다. 바로 ‘2차 사고’다. 2차 사고란 교통사고나 차량 고장으로 갓길 등에 멈춘 차량이나 차에서 내린 탑승자가 뒤에서 오고 있던 차량과 추돌해 발생하는 사고를 일컫는다.

국내 고속도로에선 해마다 50∼70건의 2차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와 비교하면 얼핏 적어 보일 수도 있지만, 사고 대비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사율’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일반 교통사고는 평균적으로 사고 10건당 1명꼴(8.9%)로 사망하지만, 2차 사고에서는 10건당 6명(59.9%)이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만약이라도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는 뭣보다 후방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해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리고 가급적 빨리 현장에서 벗어나 안전지대로 이동해야 한다. 차량 안에 머무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여름철 날씨가 덥거나 겨울철 춥다는 이유로 사고 차량에 머물고 있다가 2차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기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사고가 났을 때 전·후방으로 100m 이상 떨어진 지점에 삼각대를 설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과정에서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자 2017년 6월 법을 개정했다. 운전자는 사고 차량과 거리는 상관없이 뒤따라오는 차량이 볼 수 있는 위치에 삼각대를 세우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면 된다.


▼ 올여름 폭염 온다는데… 기온 올라가면 사고도 껑충 ▼

더웠던 2018년, 전년보다 8% 늘어
온도 높은 오후 2∼6시도 빈번… 운전자 피로 등 부주의 영향 커
타이어 공기압-냉각장치도 살펴야


‘더워지면 교통사고도 늘어난다.’

얼핏 이해하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빗길 눈길도 아닌데 왜 그럴까 싶지만,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6∼2018년 7월 1∼23일 삼성화재에 접수된 교통사고를 비교해 보니 2018년이 19만3796건으로 가장 많았다. 2016년보다 약 7.8%가, 2017년보다는 약 7.9% 늘어난 수치다. 2018년은 폭염일수가 31.4일로 3년 중에 가장 더웠다.

이는 시간대로 봐도 드러난다.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높은 시간대인 오후 2∼6시에 전체 사고의 약 29.1%가 발생했다. 출퇴근 시간이라 교통량은 오히려 더 많은 오전 8∼10시와 오후 6∼8시 일어난 사고는 둘을 합쳐도 24.6%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떨어진 오후 8시부터는 시간당 2%대로 사고가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름철 사고들은 ‘단독사고’ 비중이 크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얘기했다.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피로로 인한 운전자의 부주의 등 내부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 사고가 많았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2017년 차량 단독사고의 비율은 전체 사고의 16.6%였는데, 2018년엔 21.9%로 늘어났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날씨가 더워지며 체온 조절이 쉽지 않아지면 생체 리듬에도 악영향을 준다. 특히 낮 시간 동안 피로감이 높아져 이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운전자들은 여름철 운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은 ‘47년 만에 가장 무더운 6월’이었다. 7, 8월에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특히 휴가철 교통체증까지 겹치면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다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여름철 운전을 위해서는 컨디션 조절만큼 점검하고 준비할 게 많다. 먼저 기온이 높아지며 타이어 내부의 공기가 팽창할 수 있어 타이어 공기압이 지나치게 높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냉각수 온도가 정상범위를 넘어서진 않았는지, 냉각 장치는 제대로 가동되는지도 당연히 점검해야 한다. 내리쬐는 햇살 아래 주차할 경우엔 차 안에 인화성 물질을 두지 않도록 꼭 체크해야 한다.



○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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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 팀장 박창규 사회부 기자 kyu@donga.com
▽ 서형석(산업1부) 김동혁(경제부) 정순구(산업2부) 전채은(사회부) 신아형(국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