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야만 하나’ ‘그래야만 한다’ 4악장 악보에 자필로 적혀 있어 개인사부터 창작 방향 모색 등 ‘수수께끼 메모’ 두고 해석 분분 18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베토벤의 마지막 현악4중주 연주
베토벤은 난청이라는 불운 속에서도 최고의 음악을 향한 의지를 불태워 음악으로 형상화했다. 오스트리아 화가 율리우스 슈미트의 ‘산책하는 베토벤’(1901년). 동아일보DB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이달 22일부터 8월 8일까지 제17회 평창대관령음악제가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를 주제로 열립니다. ‘그래야만 한다’는 베토벤이 자신의 마지막 현악4중주 16번 F장조 악보에 적어 넣은 문구입니다. 이에 앞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18, 19일 이 곡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음악감독 마시모 자네티의 지휘로 연주합니다.
이 곡 4악장 악보에는 실제 연주 악보 위에 간단한 음표 동기와 짧은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베토벤 본인의 글씨로 ‘어렵게 내린 결심’이라는 말과 함께 ‘그래야만 하나?(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라는 말을 두 번 써 넣었습니다. 베토벤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비슷한 톤의 코믹한 해석으로는, 베토벤 친구였던 뎀브셔라는 사람이 “악보 좀 주게” 했더니 베토벤이 “돈을 내야지” 해서 뎀브셔가 “그래야만 하나?” 하고 버텼더니, 베토벤이 “그래야만 한다. 지갑을 열어라”고 깔깔대면서 이 말을 적어 넣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 얘기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인용돼 널리 알려졌습니다.
베토벤이 현악4중주 16번 4악장 악보에 쓴 ‘그래야만 하나?’ ‘그래야만 한다’ 메모. 동아일보DB
한편으로 “베토벤은 그런 가벼운 생각이 아니라 창작 이념의 근본적이고 중대한 변화를 모색하며 그런 고민을 표현한 것 아닐까”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그런데 당시 베토벤은 중대한 작곡 철학이나 기법의 변화를 생각할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 현악4중주곡을 쓴 다음 해 세상을 떠났죠.
자네티 음악감독은 이 말에 대해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게는 ‘그것’이 음악이다. 음악이어야 한다! 삶이어야 한다! 우리는 예전에 누리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영혼에 너무나 중요한 일들을 다시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손열음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도 “2020년의 어려운 상황에서 이 문구의 무게감이 우리와 맞닿는다고 생각해 올해 음악제의 주제로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